- 화재참사 잊은‘안전불감’

금지 표시에도 버젓이 주차
소방차 진입 불가능하게 해
“단속 때만 차 뺐다 다시 대”

인근 사우나·마트 계단은
자전거·박스로 통행 막혀
“특별안전점검 했는지 의문”


지난 10일 제천 화재 참사 1년을 열흘 앞두고 다시 찾은 충북 제천시 하소동 스포츠센터 주변은 황량했다. 지난해 12월 21일 불이 나 29명의 목숨을 앗아갔던 9층짜리 건물에는 높이 7m짜리 임시 가림막이 둘러쳐져 있어 참혹한 그날의 흔적을 간신히 가리고 있었다. 맞은편 상가 곳곳에는 텅 비어있는 점포 앞에 ‘임대’ ‘공실’ 등의 현수막이 나부꼈다. 인근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20년 넘게 이곳에 있었는데 화재 이후 1년이 가장 최악이었다”며 “권리금도 못 받고 떠나는 상인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이렇듯 참사의 아픔을 아직도 안고 살아가고 있는 뒤편으로 정작 참사의 뼈아픈 교훈은 현장에서부터 지워져 가고 있는 모습이 제천 시내 곳곳에서 목격됐다. 불법 주차 차량이 점거한 도로 상황은 1년 전과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화재가 발생했던 스포츠센터 주변의 도로는 무단주차 된 차량이 점령했다. 화재 참사 당시 소방차가 주차된 차량에 막혔던 바로 그곳이다. 소방차가 현장에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지적이 나왔었다. 상가 이면도로에는 주차공간이 모자라 도로변마다 차들이 빈틈없이 꽉 차 있었다. 중·소형 소방차(폭 약 2.7m)가 간신히 통과할 정도로 좁은 통로만 겨우 확보됐다. 대형 소방차(폭 약 3m)나 사다리차는 지나가기 어려워 보였다. 같은 장소에서 또 화재가 발생하면 소방차 진입은 불가능해 보였다.

불이 났던 스포츠센터 바로 맞은편에 위치한 대형마트 역시 여전히 이면도로 불법 주차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평소 경찰이 단속을 나올 때만 불법주차 차량이 없어졌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불법주차 차량이 생긴다”고 말했다. 심지어 화재가 발생했던 스포츠센터 건물 1층에 놓여있는 2t 용량 LPG 저장탱크 바로 옆에 주차한 차량마저 찾아볼 수 있었다. 저장탱크에는 주차금지를 알리는 팻말이 붙어있었다.

소방차 등 긴급차량 통행을 막는 불법 주차는 곧바로 ‘제2의 제천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성 충남재난안전연구센터 연구원은 충북대 국가위기관리연구소 등이 지난 7일 주최한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1주기 국제 학술 세미나’에서 “참사 당시 무분별하게 주차된 차량은 건물 전면 4대, 측면 11대, 진입로 6대 이상이었다”며 “노상주차 차량 등 소방출동에 장애물의 이동 조치에 대해 법적 근거(소방기본법 제 25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강제처분 후 수반되는 개인변상과 진정 등 민원을 우려해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피해가 컸다”고 분석했다.

안전 무시 관행은 이에 그치지 않았다. 제천 참사 당시 희생자 29명 중 20명이 숨진 2층 여성 사우나에서 희생자들의 탈출을 막은 장애물은 꽉 막힌 ‘비상구’였다. 이날도 달라진 게 없었다. 제천 시내에 위치한 목욕탕의 비상구 계단에는 여전히 통로 곳곳에 박스 등 물품이 쌓여있어 대피하기가 곤란한 상태였다. 일부 층계에는 자전거 등이 놓여있었다. 화재 발생 시 통행이 사실상 불가능한 수준이다. 주변에 위치한 대형마트는 비상구로 통하는 공간을 아예 창고처럼 사용하기까지 했다. 비상구는 화재 시 생사를 가르는 곳이지만 이대로라면 ‘죽음으로 향하는 문’이 될 확률이 높았다. 숱한 인재(人災)를 당하면서도 안전불감증은 여전했다.

제천 = 글·사진 이희권·최지영·서종민 기자 leeheken@munhwa.com

관련기사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