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건덕 유족협의회 대표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을뿐
책임자 처벌요구에 악성루머
보상문제도 안끝나 답답해”


“아내를 보러 갈 수가 없습니다. 찾아갈 때마다 ‘꼭 이렇게 됐어야만 했을까’ 화가 나고 트라우마에 시달려서….”

제천 화재 참사 유족협의회 류건덕(60) 대표는 10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답답함을 호소했다. 류 씨는 1년 전의 참사로 아내 이항자 씨를 잃었다. 교회를 다녔던 아내 이 씨는 평소 불우이웃을 위한 반찬 만들기 봉사 활동을 다녔다. 참사 당일에도 봉사를 마친 이 씨는 반찬을 만들며 흘린 땀을 씻기 위해 목욕탕을 찾았다 피해를 당했다. 류 씨는 “이제는 유족들도 모두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뿐”이라면서도 “아직은 삶을 되찾지 못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화마(火魔)는 사라졌지만 유족들의 아픔은 아직도 사그라들지 못했다. 제천 화재 참사 유족들은 지난달 29일 청주지검 제천지청에 항고장을 내고 화재 당시 부실한 현장 대응으로 피해를 키운 소방 지휘관들에 대한 사법처리를 요구했다. 유족들은 “고생한 소방관을 탓할 생각은 없지만 다시는 이런 참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진상 규명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2층 여성 사우나에 구조 요청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제대로 구조 지휘를 하지 않은 혐의로 소방 지휘관들을 입건해 사건을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검찰은 지난 10월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 권고 결과에 따라 “긴박한 상황에서 화재 진압에 집중한 소방관들에게 형사상 과실을 묻기 어렵다”며 불기소 처분했다. 유족들은 악성 루머와 댓글에 상처받고 있다. 실제 소방 당국의 늑장 대처를 비판하며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유족 관련 기사에는 도를 넘어선 댓글이 줄줄이 달린다. 보상 문제도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참사 직후 긴급 재난 조례에 따라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지원받은 3000만 원과 보험회사로부터 받은 보상금 등이 유족에게 전달됐다. 충북도 관계자는 “빠른 시일 내에 보상 문제를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유족들은 화재 현장에서 500m 떨어진 체육공원에 1.2m 높이의 추모비(사진)를 세우고 오는 21일 참사 1주기를 맞아 제막식을 가질 예정이다.

제천 = 이희권 기자 leeheke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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