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는 가리비·가자미·랍스터와 함께 20세기 이후 국가 간 전쟁의 씨앗이 됐던 수산물로 유명하다. 대구가 많이 나는 바다를 두고 아이슬란드와 영국은 ‘대구 전쟁(cod war)’을 1958∼1976년 새 세 차례나 치렀다. 영국의 대표 음식 중 하나인 ‘피시앤드칩스’의 주재료인 대구를 잡기 위해 영국 어선이 아이슬란드 해역까지 마구잡이식 어획에 나선 것이 발단이었다.

대구 전쟁에서 승리한 아이슬란드는 해안에서 200해리(370㎞) 내에선 자국 어선만 어업을 할 수 있다고 선포했다. 이는 ‘배타적 경제수역’이 탄생한 배경이기도 하다.

대구는 종류가 다양하다. 우리 국민이 주로 먹는 것은 태평양 대구(Pacific cod)다. 유럽인의 식탁에 오르는 것은 대개 대서양 대구(Atlantic cod)다. 남극 주변에선 마오리 대구(Maori cod), 즉 남극 대구가 잡힌다. 서양에서 블랙 코드(black cod)·버터 피시(butter fish)·블루 코드(blue cod)라고 불리는 것이 은대구다. 아이슬란드·영국 북부에 서식하는, 상대적으로 작고 부드러운 해덕(haddock)대구도 있다.

제철은 11월~이듬해 2월이다. 다른 계절에도 잡히긴 하나 상대적으로 어획량이 적고 맛도 떨어진다. ‘눈 본 대구, 비 본 청어’란 속담은 눈이 내리는 겨울엔 대구가, 비가 내리는 봄엔 청어가 많이 잡힌다는 뜻이다. 해양수산부가 최근 과메기와 함께 대구를 12월의 웰빙 수산물로 선정한 것은 그래서다. 봄이 되면 기름기가 쏙 빠져 맛이 떨어진다.

대구는 겨울에 알을 낳기 위해 동해와 남해 연안의 얕은 바다로 회유한다. 한때는 영일만·진해만이 유명 산란지였다. 지구 온난화 탓에 1990년대 이후 진해만에서 구경하기 힘든 생선이 됐다. ‘금대구’란 말은 이때 생겼다. 치어를 대량 방류한 뒤 지금은 진해·거제 앞바다에서도 잡힌다.

대구는 흰살 생선이다. 여느 흰살 생선과 마찬가지로 고단백·저지방 식품(100g당 0.5g)이어서 맛이 담백하다. 글리신·글루탐산 등 아미노산과 이노신산이 풍부해 시원한 맛도 난다. 생선 비린내를 싫어하는 사람도 별 거부감 없이 먹는다. 이유식·환자식·노인식으로도 그만이다. 대구로 만든 젓갈은 기름기가 적은 데다 국물이 탁하지 않아 김장용 젓갈로 널리 쓰인다.

대구는 회로는 잘 먹지 않는다. 넙치·도미 등과는 달리 살이 부드럽고 잘 상해서다. 살아 있는 것만 횟감으로 쓴다. 탕·뽈찜·목살찜·소금구이 등 다양한 음식의 식재료로 쓰인다.

예부터 대구탕은 애주가의 사랑을 듬뿍 받아왔다. 맛이 시원해서 술 마신 다음 날 먹어도 부담스럽지 않고 숙취 해소에 유익하다고 봐서다. 우리 선조는 젖이 부족한 산모에게도 대구탕을 끓여 주었다. 대구뽈찜·대구뽈탕은 대구 머리를 이용한 음식이다. 대구 머리엔 콜라겐·젤라틴이 풍부해 맛이 쫀득하다. 한방에선 콜라겐을 관절 건강에 이로운 성분으로 본다. 대구살보다 대구뽈이 더 비싸고 맛이 더 낫다.

내장엔 각종 영양소가 풍부하다. 탕요리를 할 때 대개 내장을 넣는다. 단 배를 가를 때 쓸개를 건드리면 안 된다. 쓸개가 터지면 쓴맛 탓에 먹기 힘들다. 대구는 젓갈의 원료로도 유용하다. 아감젓·알젓·내장젓·고니젓 등은 과거부터 즐겨온 발효식품이다.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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