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요 박항서” 베트남 축구팬들의 열띤 응원 [VN익스프레스 캡처]
“사랑해요 박항서” 베트남 축구팬들의 열띤 응원 [VN익스프레스 캡처]

스즈키컵 결승 1차전 원정경기
베트남, 말레이시아와 2-2
15일 2차전 1-1 비겨도 우승
“흐름 우리에게 넘어와 유리”


베트남 축구대표팀이 10년 만의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우승에 바짝 다가섰다.

박항서(59)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대표팀은 11일 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부킷잘릴국립경기장에서 열린 스즈키컵 결승 1차전 원정경기에서 말레이시아와 2-2로 비겼다. 베트남은 오는 15일 오후 9시 30분 홈에서 열리는 2차전에서 이기거나 0-0, 또는 1-1로 비겨도 우승을 차지한다.

박 감독은 결승 1차전 직후 “먼저 2골을 넣고, 나중에 2골을 허용한 건 조금 실망스럽다”면서도 “베트남 선수들은 말레이시아 팬들의 일방적인 응원에 맞서 정말 잘 싸웠다”고 밝혔다. 박 감독은 “우리는 훌륭한 경기를 펼쳤고, 챔피언으로 가는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며 “1차전은 내가 계산한 대로 흘렀고, 베트남 홈 경기에서 우승을 확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환호하는 베트남 축구팬들 [VN익스프레스 캡처]
환호하는 베트남 축구팬들 [VN익스프레스 캡처]

스즈키컵은 동남아시아의 월드컵에 비유된다. 동남아시아에선 가장 인기 있는 이벤트로 꼽힌다. 1996년 출범했고, 격년제로 치러진다. 이번 제12회엔 베트남을 포함해 브루나이,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라오스,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10개국이 참가했다. 베트남이 스즈키컵 결승전에 오른 건 이번이 3번째이며 1998년엔 준우승, 2008년엔 우승했다.

베트남 팬들은 우승을 차지한 듯 기뻐했다. 수도 하노이엔 이날 많은 비가 내렸지만, 수만 명의 베트남 국민이 열띤 거리 응원을 펼쳤다. 특히 적진에서 무승부를 거둔 박 감독에게 찬사를 보냈다.

하노이에 거주하는 따뚜언하 씨는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 국민에게 행복을 가져다준 사람”이라며 “모든 베트남 국민은 올해 스즈키컵에서 베트남이 우승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베트남 하노이 미딘국립경기장에서 열릴 2차전 입장권을 사려는 팬들이 몰리면서 판매 사이트가 한때 마비되기도 했다. 호찌민에선 응원 인파가 몰리는 곳에 택시 등 차량의 진입을 차단했고, 경찰력이 총동원돼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박 감독은 ‘선수비 후역습’ 전술을 펼쳤다. 베트남은 8만7000여 명의 홈팬 응원을 받은 말레이시아의 공세를 먼저 막은 뒤 빠른 역습을 꾀했다. 박 감독의 절묘한 용병술이 돋보였다. 전반 22분 역습 상황. 왼쪽 측면을 돌파한 판반득이 크로스를 건넸고 응우옌후이훙이 공을 받아 오른발 슈팅으로 선제골을 넣었다. 베트남 언론은 “응우옌후이훙이 선발로 출전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2차전을 대비한 놀라운 전략”이라고 극찬했다.

베트남은 전반 25분 추가득점을 올렸지만, 2실점하면서 승리를 2차전으로 미뤘다. 박 감독은 “2실점의 원인은 흐트러진 수비 집중력”이라면서 “그러나 큰 문제는 아니고 충분히 보완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박 감독은 “(1차전에서 비겼기에) 유리하고, 여전히 우리가 (흐름을) 컨트롤 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베트남에서 열리는 2차전은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대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성훈 기자 powerkimsh@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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