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압도적 표차 당선에… 범친박 빠르게 결집

홍문종 “탈당 원인 제거돼”
친박계 초재선들 조찬모임
내일 당협위원장 명단 보고
복당파 핵심도 포함 알려져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친박(친박근혜)계의 지지를 받은 나경원 원내대표가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되자, 이를 계기로 범친박계가 빠르게 결집하고 있다. 벌써 당 안팎에서 “참았던 친박들이 복수했다” “복당파에 대한 불만이 폭발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조강특위)가 13일 당 비대위원회에 보고하는 당협위원장 교체 명단에도 친박계는 물론 비박계(비박근혜)·복당파 핵심 의원 상당수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양 계파가 서로 결집하면서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홍문종 의원은 12일 tbs라디오 방송에서 나 원내대표의 당선과 관련해 “내부적으로 의견들을 결집하고 있고 복당파가 그동안 얼마나 당 운영을 전횡했는가를 분명하고 확실하게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홍 의원이 애초 ‘실체가 있다’고 말했던 ‘친박 신당’과 관련해서도 “이번 원내대표 선거를 계기로 ‘우리가 당을 지키면 되겠구나’ 이렇게 생각할 것”이라며 “탈당 원인이 제거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탈당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의 우클릭 조짐도 곳곳에서 포착된다. 범친박계 의원들이 주축이 된 초재선의원 모임 ‘통합과 전진’은 같은 날 국회에서 조찬모임을 갖고 당의 정체성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박대출 의원은 “언론에서 우리를 중도 개혁, 합리적 보수라고 부르는데 이것은 바른미래당의 슬로건”이라며 “중도를 아우를 수 있지만 중도 개혁이라는 말을 쓰면 안 된다”고 말했다. 한 참석자는 “나 원내대표가 ‘중도’라는 표현을 쓰고 있는데 이는 우리 당내에서 계파에 휩쓸리지 않는다는 뜻의 중도”라며 “이념적 스펙트럼에서 한국당은 ‘중도’가 아니기 때문에 용어선택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친박계는 이르면 15일 발표될 조강특위의 당협위원장 교체명단에 대해서도 “결국 아무도 잘라낼 수 없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당무 감사를 주도하는 현 한국당 지도부는 김성태 전 원내대표와 김무성 전 대표 등 사실상 복당파가 뒷받침해 왔다. 한 친박계 의원은 “이번 당무 감사는 복당파가 비대위와 조강특위를 쥐락펴락해 ‘잔류파’를 쳐내려는 시도”라며 “범친박세가 공고하다는 것이 확인된 마당에 누가 그 결과를 받아들이겠느냐”라고 했다.

실제로 조강특위가 13일 당 비대위에 보고할 당협위원장 교체 명단에는 친박계뿐만 아니라 비박계 핵심의원들도 다수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조강특위 핵심 관계자는 “내일(13일) 명단을 비대위에 보고하고 간단한 백브리핑을 할 예정”이라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친박계 의원들은 이미 당원권 정지 상태인 경우가 많았다. 의도적인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계파별 균형이 어느 정도 이뤄졌다”면서 일부 비박계 의원들이 교체 명단에 올라있음을 시사했다.

김윤희·손고운 기자 wor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