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도 “브렉시트 재협상없다”… 메이 총리에 ‘일침’

융커 위원장 “재협상 여지없어”
가디언 “노 딜 모드로 움직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에게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재협상은 없다”고 못을 박았다. 11일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메르켈 총리는 이날 수도 베를린에서 메이 총리와의 오찬 회동에서 “브렉시트 재협상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메르켈 총리는 메이 총리에게 “도와달라는 호소는 (유럽) 수도에서 하기보다는 (EU 정상회의가 열리는) 브뤼셀에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이날 예정돼 있었던 브렉시트 협상안 하원 비준 표결을 전날 취소한 뒤 유럽 각국을 돌며 합의안 수정을 요청하기 시작한 메이 총리에게 일침을 가한 것이다. 메이 총리는 메르켈 총리를 만나기 전에는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 조찬을 하며 브렉시트를 논의했었다.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의 장클로드 융커 위원장도 이날 오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열린 유럽의회 연설에서 “우리가 타결한 합의가 유일하게 가능한 최선의 합의다. 재협상의 여지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메이 총리가 메르켈 총리를 만난 뒤 같은 날 오후 브뤼셀에서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의장을 만나 브렉시트 합의문에 대한 재협상 가능성을 타진했지만,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투스크 의장은 메이 총리와 회동 후 트위터에 “EU 정상회의에 앞서 메이 총리와 오랜 시간 솔직하게 논의했다”며 “분명한 것은 EU 27개국은 (메이 총리를) 돕길 원하나 문제는 ‘어떻게’”라고 올리기도 했다.

이날 가디언은 “메르켈 총리가 메이 총리를 퇴짜(rebuff)놓은 이후 EU가 ‘노 딜 브렉시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가디언은 “메이 총리의 충격적인 브렉시트 협상안 표결 취소 이후 EU는 완전한 ‘노 딜’ 모드로 움직이고 있다”며 내각 소식통을 인용해 “충분히 깜짝 놀랄 만한 ‘노 딜’ 협정문을 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노 딜 브렉시트’는 영국이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떠나는 것으로, 브렉시트 시나리오 중 가장 최악으로 꼽힌다. 일자리 75만 개가 사라질 것이란 분석 보고서가 나오는 등 산업·금융계에 막대한 피해가 예상될 뿐 아니라 의약품과 식량, 생필품 공급이 중단되는 비상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김현아 기자 kim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