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계형 적합업종제’ 시행… 불합리성 논란 가열

5~10권씩 ‘묶음판매’만 가능
영세상인에 실질적 도움 의문
포퓰리즘 규제 또다시 도마에
“김치 등은 대기업 역할도 필요”


“대형마트에서 노트를 한 권씩 팔면 영세상인들에게 피해가 되고, 5~10권씩 묶음으로 팔면 피해가 안 되는 건가요.”

영세 소상공인들을 보호하기 위한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제도’가 본격 시행되면서 실효성 없는 ‘포퓰리즘적 규제’에 대한 논쟁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유통 대기업들은 소위 골목상권을 보호하기 위해 정치권과 정부가 내놓은 규제들이 과연 영세상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있는지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13일부터 생계형 적합업종 제도가 시행됨에 따라 이날부터 업종 지정 요청 신청을 받는다. 특별법에 따라 소상공인 단체들은 동반성장위원회 추천을 거쳐 중기부에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을 요청하는 신청을 할 수 있다. 생계형 적합업종 제도는 생계수단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소상공인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제도로, 기존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와 유사하지만, 규정을 어기면 위반 관련 매출액의 5%를 이행강제금으로 내야 하는 ‘강제성’을 띤다는 점이 다르다.

내년에는 문구소매업과 음식점업 등 19개 업종의 중기 적합업종이 지정 만료가 될 예정인데, 이들 품목을 포함해 73개 중기 적합업종 품목 대부분이 대거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신청될 것으로 보인다.

생계형 적합업종 시행으로 각종 유통규제에 대한 논란이 또 한 번 불거질 전망이다. 대형마트를 강제로 영업하지 못하게 한 규제가 이미 논란이 된 바 있고, 최근에는 복합쇼핑몰 의무휴무제 도입이 유통업계의 뜨거운 화두가 되고 있다.

문구류의 경우, 중기 적합업종에 포함되면서 대형마트와 다이소 등에서는 아이들 공책과 연필 등을 낱개로 판매하지 못하고 5~10개의 묶음으로만 판매하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대형마트에서 문구류를 낱개로 판매하면 동네 문방구에 피해가 되고, 묶음으로 판매하면 피해가 가지 않느냐”며 규제의 불합리성을 지적하고 있다. 중기 적합업종인 김치 역시 한식 세계화와 일본·중국 김치에 대한 대응이라는 차원에서 오히려 대기업의 역할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동네 문방구가 위협을 받는 것은 대형마트나 다이소 때문이 아니라, 온라인쇼핑 등 편리함을 찾는 소비자들의 성향 변화 및 학령인구 감소 때문”이라며 “여기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학습준비물 지원제도 시행으로 소비자들이 동네 문방구에서 문구를 구매할 필요가 적어진 것도 큰 요인”이라고 말했다.

임대환 기자 hwan91@munhwa.com
임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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