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대상 ‘드림 렉처’ 기획
6년간 학교 526곳 방문특강
5년간 41차례 초청 강연도
교수·벤처대표·미술감독 등
다양한 경험 통해 ‘꿈’ 자극
장학생 뽑아 해외유학 지원
하버드大 교수 등 석학 배출
최태원 SK 회장의 아버지인 최종현 선대회장은 생전에 ‘사람을 키우듯 나무를 키우고, 나무를 키우듯 사람을 키운다’고 강조했다. 인재를 기르는 것만이 일등 국가를 만드는 방법이라는 최 선대회장의 신념은 SK의 인재경영 철학으로 자리 잡았다. SK그룹은 ‘SK의 인재’를 넘어 ‘미래의 국가 인재’를 양성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대표적인 게 최 선대회장이 만들고 최 회장이 발전시킨 한국고등교육재단이다.
지난 7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국고등교육재단. 강남대로 변에 세워진 이 번듯한 빌딩 지하 3층에는 ‘지식의 보물창고’가 자리 잡고 있다. 마치 영화에서 본 유럽이나 미국의 오래된 대학 도서관처럼, 높이 5m에 이르는 거대한 서고에 빼곡히 꽂힌 책들이 한쪽 벽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모두 해외 유수 대학의 대학원에서 교재로 쓰는 서적들이다. 이곳에 1만4000여 권이 있고, 별도 공간에 또 비슷한 양의 책이 보관돼 있어 전체 장서는 3만여 권에 달한다고 한다.
이 서고에서는 실제로 한국고등교육재단이 중·고교생을 초청해 진행하는 특강이 정기적으로 열린다. SK가 지원하는 미래 인재 양성 프로그램 ‘드림 렉처(Dream Lecture)’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달 17일 이필진 고등과학원 물리학부 교수, 이상수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상엽 소셜벤처 ‘소풍(SOPOONG)’ 대표, 할리우드 최초의 한국인 미술총감독인 한유정 감독 등 4명이 특강을 했다. ‘더 넓은 세상으로’로 명명된 재단 초청특강은 올해 9차례 진행됐고, 오는 15일 마지막 10번째 강연을 남겨두고 있다. 2013년 12월 첫 회부터 따지면 오는 15일 강연까지 총 41회 특강에 학생 총 1만4200여 명이 참가하게 된다.
한국고등교육재단은 그밖에 직접 학교를 찾아가는 방문특강 ‘너만의 꿈을 키워라’도 진행하고 있다. 올해 52개 학교를 찾아 학생 7300명에게 국내 석학들의 특강을 들을 기회를 제공했다. 2012년 11월부터 누적으로 따지면 635개교(중복 제외 526개교)에서 약 12만1900명이 강연을 들었다.
초청특강과 방문특강으로 구성된 드림 렉처 과정이 더 특별한 건 ‘인재양성의 선순환’ 모델이기 때문이다. 연사로 나서는 교수들은 대부분 한국고등교육재단이 배출한 인재다. 이용직 한국고등교육재단 장학2팀장은 “단순한 장학금 지원 등을 넘어 지식을 나누는 단계로 발전시킨 게 드림 렉처”라고 설명했다.
최 선대회장은 미국 유학 시절 자원이 부족하고 인구도 적은 이스라엘이 강소국이 된 배경을 궁금해했다. 이스라엘인들이 미국 사회에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은 국가와 사회가 합심해 인재를 키웠고 이들이 주요 직위에 진출하면서 국가 브랜드를 키운 덕분이라고 봤다. 1962년 귀국한 최 선대회장은 1974년 한국고등교육재단을 설립했다. 재단 서고에 장서를 모으기 시작한 것도 최 선대회장의 경험에서 비롯됐다. 다른 학생들은 선배들에게 강의계획서와 도서목록을 미리 입수해 필요한 공부를 다 해 왔는데, 자신만 출발선이 달라 2∼3배 더 노력해야 했다며 재단에 해외 유명 대학 교재를 구하라고 지시했다.
이 책으로 준비한 장학생들이 유학길에 올라 박사학위를 따고 자기 분야의 유명 학자들로 성장했다. 재단 설립 첫해에 특별전형으로 뽑았던 장학생이 바로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다. 이후 3년 동안 지원 체계를 가다듬어, 그 뒤로는 시험으로 장학생을 선발하고 있다. 철저하게 실력으로만 선발하며 유학 중 학비는 물론 생활비도 거의 전액을 지원해주고 있다. 특히 유학을 보내기 전에 철저하게 준비를 시키는데, 최근 유학을 다녀왔거나 학위를 딴 선배들로 지도교수진까지 꾸린다.
한국고등교육재단은 지금까지 장학생 3700여 명을 지원했고, 해외 명문대 박사를 740명 배출했다. 한국인 최초의 하버드대 종신교수인 박홍근(화학) 교수, 동양계 최초의 예일대 학장인 천명우(심리학) 교수 등 석학으로 성장한 학자도 많다.
최근에는 해외에서 학위를 받고 국내로 돌아온 재단 출신 학자들이 쓴 책도 지하 3층 서고에 모으기 시작했다. 이 팀장은 “석학들이 더 많이 배출돼서 외국 명문대 교재로 채워진 한쪽 벽처럼 재단 출신 학자들의 저서로 다른 쪽 벽을 꽉 채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재단 장학생 출신 인재들은 학계가 아니라도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태국장, 백영재 구글코리아 글로벌 디렉터(전무) 등 곳곳에서 활약하고 있다. 이렇게 다방면의 인재를 배출할 수 있었던 건 최 선대회장 시절부터 선경(SK) 입사를 조건으로 내걸지 않고 오직 실력을 쌓기만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한국고등교육재단은 학술단체로까지 진화하고 있다. 1998년 최 회장이 이사장에 오른 뒤, 인재 양성 분야와 대상을 해외로 확대하기 시작했다. 2000년부터 중국, 몽골, 베트남 등 아시아 각국 학자 800여 명을 초청해 한국에 관해 연구하도록 지원했다. 지하 3층 서고에서 세계 석학들을 불러 포럼도 열고 있다. 2001년 중국사회과학원 아시아연구센터를 시작으로, 베트남, 몽골, 태국, 미얀마, 라오스 등 7개국 17개 대학에 아시아연구센터도 세워줬다.
더 나아가 올해 10월 말에는 같은 빌딩 안에 별도로 ‘최종현 학술원’을 설립했다. 최 회장이 사재인 SK㈜ 주식 20만 주(520억 원 상당)를 내놓았고, 그룹 지주회사인 SK㈜는 소유 토지(450억 원 상당)를 출연해 약 10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확보한 공익법인으로 학술원을 출범했다.
최종현 학술원은 △한반도와 주변국을 둘러싼 지정학적 도전요인 분석과 대응전략 △통상·금융·환경·에너지 등 글로벌 위기 가능성 분석과 대응전략 △미래 변화를 주도할 혁신적 과학기술 연구 △인문·사회과학 분야와의 창의적인 학제 간 연구 및 지원 △인류 보편적 가치를 지닌 새로운 지식창출과 확산 등을 담당할 예정이다.
김성훈 기자 tarant@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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