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관리에 명상 기법 접목
전문가·종교인 20명과 함께
400개 콘텐츠 장착 앱 개발
9개월만에 1만7000명 ‘다운’
“명상은 조화돕는 감초 역할
구성원간 존중감도 키워야
ICT연계‘명상한류’꿈꿔볼만”
“기업문화를 바꾸고 생산성을 높이는 데 명상은 가성비가 가장 높은 인본주의적 방법입니다.”
잘 나가는 기업 컨설턴트에서 ‘명상’과 ‘컨설팅’을 접목한 ‘기업명상’에 뛰어든 김병전 ㈜무진어소시에이츠 대표. 경영학 박사인 김 대표는 김앤장의 HR컨설팅 부문대표를 지내는 등 20여 년간 국내외 주요 기업들의 인사, 조직, 리더십, 인수·합병(M&A) 관련 컨설팅 업무를 해왔다. 2년여 전 진로를 변경, 국내 최초로 HR(인적자원관리) 컨설팅에 명상의 ‘마음챙김’(mindfulness)을 도입해 ‘명상 컨설팅’을 시작했다. 그는 지난 3월 국내에서 ‘내공’이 익히 알려진 명상가 20여 명이 참여해 만든 400여 개의 명상 콘텐츠를 장착한 ‘마음챙김’ 앱을 개발했고, 지난달에는 이 콘텐츠가 KT의 인공지능 플랫폼 ‘기가지니’에 도입됐다.
김 대표의 명상 경력은 12년이다. 그는 현재 카이스트 명상과학연구소 소장으로 있는 상도선원 미산 스님을 통해 명상에 입문했고, 스님이 미국 하버드대와 협력해 개발한 ‘하트스마일 명상’의 연구회 활동에도 참여했다. 안국선원 수불 스님에게선 간화선도 배웠다.
“20여 년간 컨설팅 업무를 해왔지만, 이것이 제대로 기업과 그 구성원을 돕고 있는지 의문이 찾아왔어요. 명상을 만나지 않았으면 그대로 컨설팅을 해왔겠지만, 명상을 접하곤 ‘명상+컨설팅’의 가능성이 떠오르더군요.” 예컨대 경영자는 늘 직원들의 능력이 부족하다는 걸 가정하고 교육과 쇄신을 하려 하지만, 막상 컨설팅을 해보면 업무능력보다는 개인적·심리적 문제, 상사 등 조직원 간의 갈등 등에 묶여 리더나 구성원의 능력이 제대로 발현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명상은 밖으로 치닫는 주의를 내면으로 돌려 자신을 ‘깨어서’ 바라보는 훈련입니다. ‘깨어있다’는 것은 자신이나 타인을 평정한 마음으로 볼 수 있는 능력이지요. 경영자가 올바른 결정을 할 수 있게 돕고, 부당한 대우도 사라집니다. 명상은 스트레스를 해소해 진정한 휴식을 가져옵니다. 기업문화가 바뀌고, 직원들이 자신의 역량을 자연스럽게 발현하게 됩니다.”
김 대표는 “중요한 것은 명상의 목적을 생산성에 두는 게 아니라, 구성원에 대한 존중감을 우선해야 한다는 점”이라며 “명상은 스스로 몰입하는 주의력을 높여 생산성 향상을 가져오는데, 그것은 부가적인 효과인 셈”이라고 덧붙였다.
서구에선 가히 ‘명상 열풍’이라 할 만하다. 최근 빌 게이츠가 “명상을 하고 있다”고 밝혀 화제가 됐는데, 그는 이미 이용자가 3000만 명을 넘어 가치가 수천억 달러에 달한 명상앱 ‘헤드스페이스’를 만든 앤디 퍼디컴에게서 배웠다. 구글은 2007년부터 명상 프로그램 ‘서치 인사이드 유어셀프’(SIY)를 자체 개발했고, 실리콘 밸리에선 명상과 비즈니스에 관한 ‘위즈덤 2.0’ 콘퍼런스가 매년 열린다. 페이스북, 트위터, 페이팔 등 혁신 기업들은 저명한 명상지도자를 초청해 코칭을 받는다.
근래 사회 문제로 떠오른 기업의 ‘갑질 문화’와 세계 최고 자살률이 말해주는 우리 현실도 명상에 눈을 돌리게 한다. 미국에서 법조계와 로스쿨에 명상이 도입된지 오래고, 영국에선 국회가 직접 산업부 주도로 고용주들이 직장에서 명상을 도입하도록 권고안을 냈다. 김 대표는 ‘감초 명상론’을 펼친다.
“감초는 값이 싼 약재지만 한방에서 어디나 쓰이죠. 해독작용과 함께 약재들이 서로 조화롭게 작용하게 돕습니다. 명상의 역할도 감초와 똑같습니다. 기업들이 수십, 수백억 원을 들여 혁신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적은 비용으로 명상 코칭을 통해 조직의 행복을 찾는 게 생산성에 더 도움이 됩니다.”
김 대표는 “일부 기업에서 명상 컨설팅을 했을 때 결과는 좋았지만, 경영자의 관심은 대개 ‘힐링’에 머물렀다”며 “명상에 관한 소통의 도구도 필요하겠다 싶어 만든 게 ‘마음챙김’ 앱”이라고 했다. 앱에는 아주대 김완석, 덕성여대 김정호,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의 박성현 교수 등 명상을 오래 연구해온 학자들과 미산 스님, 성공회 윤종모 주교 등이 참여하고 있다. 스트레스 해소 명상, 아이와 부모가 함께할 수 있는 ‘어린이 명상’부터 명상가·상황·기간별 카테고리가 있어 맞춤형 명상이 가능하다. 벌써 1만7000여명이 앱을 내려받았는데, 20∼30대 젊은층이 많다. 기가지니는 정보통신기술(ICT)과 명상이 만난 첫 케이스. “지니, 명상 틀어줘”라고 말하면 바로 TV로 실현되기 때문에 집에 있는 어르신이나 어린이가 접하기에 편리하다. 김 대표는 “어른들과 어린이를 위한 명상과 동영상을 계속 업데이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대한민국은 명상의 보고라 할 만큼 자산이 많기 때문에 ICT, 빅데이터와 연결해가면 ‘명상 한류’도 꿈꿔볼만 하다”고 포부를 밝혔다.
글·사진 =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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