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벌써 고 3의 절반이 지나가고 있는 딸입니다! 뭔가 이렇게 특별한 날도 아닌데 마음을 전하려 하니까 좀 부끄럽기도 하고 옛날 생각하면서 글을 이어 나가려고 하니 슬픈 느낌도 드네요. 요즘 들어 정신적으로 힘들어서 그런가 자주 아빠의 소중함과 고마움이 더 잘 느껴지고 울컥하기도 해요. 진짜 저는 아빠가 나에게 해주시는 것처럼 다른 아버지들도 똑같고 당연한 일인 줄 알았습니다. 솔직히 애들이 자주 “너희 아버지 너한테 너무 헌신적이시다”, 이런 말을 종종 하곤 하는데 처음에는 그냥 ‘왜 그러지? 다 똑같지 않나?’라는 등의 의문이 들 때도 있었습니다. 아빠에게 고마움은 항상 느끼고 있었지만, 무엇이 특별한 것인지는 잘 몰랐나 봅니다.
그러다가 반에서 남자 선생님 한 분이 아이들 돌봐주시는 이야기를 하셨는데 친구들이 진짜 대단하다고 막 그러더군요. 그때 진심으로 깨달았어요. 항상 내 뒤에 있어 주신 아빠가 정말 좋은 친구이자 아버지라는 걸요. 유치원 때부터 태권도 띠를 매어 주시고, 인라인스케이트 맨날 신겨 주시고, 두 발 자전거를 처음 타던 날에도 항상 그 뒤에 아빠가 계셨어요. 놀이공원 연간 이용권 끊어 데려다주시고, 초등학교 4학년 때까지 엄마가 세게 박박 머리 감겨주시는 게 싫어서 아빠가 목욕시켜주시고, 알약 먹는 거 연습하느라 고생도 하고 정말 웃음이 나오는 사소한 기억들까지 다 떠오릅니다. 그리고 중학교, 고등학교 6년 내내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차로 등·하교시켜주시는 거 예전에는 정말 당연한 거로 생각했는데 항상 엄마, 아빠는 제가 필요로 하는 게 있으면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달려와 주시는 모습에 죄송하기도 하고 감사함을 느꼈습니다.
아빠! 정말 한 번도 제대로 전하지 못했지만, 우리 가족에게 좋은 기억만 만들어 주려고 애써주셔서 감사하고, 속만 썩게 해드려서 죄송해요. 점점 커가면서 애교 같은 것도 없어진 딸이지만 항상 우리 아빠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사랑하는 첫째 지연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