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고통지수가 상승하고 있다. 이는 실업률과 물가상승률을 더한 것으로, 단편적이지만 국민이 느끼는 경제적 어려움을 나타낸다. 지난 10월의 경제고통지수는 5.5(실업률 3.5%+물가상승률 2%)로, 2015년 10월의 3.9보다 크게 높고 지난해 10월의 5.0보다도 더 높은데, 실업률 상승이 주요인이다. 청년실업률도 10% 안팎을 오가며 나아질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 자동차와 조선 등 주요 산업의 후퇴에 따른 불안감, 집값 상승, 세금 증가 등도 국민의 삶을 어렵게 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어려움이 개선될 기미는 없고 더 악화할 전망이라는 데 있다.
지금 한국 경제의 어려운 여건은, 경기 변동을 유발하는 자연적 요인보다는 잘못된 정책에서 비롯된 것이다. 오랜 시간 형성된 경제 질서를 무시하고 편향된 이념과 가치 추구를 위해 시행하는 각종 정책의 역작용들이 난마처럼 얽혀 빚어낸 참상이다. 소득주도성장이란 이름 아래 행해지는 최저임금 인상, 복지 지출 증가, 근로시간 단축 등이 그런 정책들이다.
이런 여건에서 최근 취임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소득주도 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라는 3대 경제 정책은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지만, 최저임금 결정 구조를 이원화하는 등 당분간 경제 활력을 찾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금까지의 정책 기조에서 약간 후퇴하는 듯이 보이지만, 기본 골격이 유지된다는 점에서 경제 활성화와는 거리가 멀다.
경제 성장은 사람들이 가치를 부여하는 재화와 서비스의 생산 증가, 즉 부(富)의 증가를 의미하는데, 이는 자본가·기업가들에 의해 가장 잘 이뤄질 수 있다. 이들은 이윤과 손실 체제인 시장경제에서 사람들이 원하는 가치를 알아내어 만족시켜야만 살아남고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사람들의 가치 체계를 잘 알 수 없는 정부는 별별 정책을 세워 시행해 봐야 성공할 수 없다. 소득주도 성장론은 그 자체가 틀렸고 혁신도 사람들의 가치 충족이 핵심인 바, 정부는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춘 기구가 아니다.
또한, 공정경제의 ‘공정’의 기준은 어느 개인이나 집단이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기준 설정자의 이념이나 가치 등의 주관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특정 주관성이 지배할 수 없는 기준이 필요한데, 그것이 바로 시장경제에서 요구되는 정의로운 행위 준칙이다. 시장에는 공정의 기준을 세우는 개인이나 집단이 없을 뿐만 아니라, 시장은 오랜 기간을 통해 형성된 정의의 규칙에 어긋나는 행위를 하는 주체를 퇴출시키기 때문이다. 공정은 도리어 정책 당국자들이 자의적 기준으로 시장에 개입할 때 파괴된다.
한국 경제와 같은 대규모 경제는 정부가 이리저리 조절할 수 있는 그런 게 아니다. 인간성을 거스르고 시장의 움직임에 역행하는 정책은 반드시 실패하고 경제를 후퇴시킨다. 또, 국민은 각종 정책의 실험 대상이 아니다. 경제를 살리려면 당국자들은 우선 이런 사실을 유의하고 오만을 버려야 한다. 사실 현 정부의 경제 정책은 그 결과도 문제일 뿐만 아니라, 지적 수준에서도 부끄럽기 짝이 없는 것이다.
국민은 생명과 자유와 재산을 보호하라는 책임을 국가에 맡겼지, 이에 위해(危害)를 가할 수 있는 권한을 위임하진 않았다. 국민을 실험 대상으로 하는 잘못된 경제 정책은 국가의 위해 행위다. 정권은 한시적이지만 대한민국은 영원해야 한다. 국가의 보전과 국태민안이 한시적 정권의 책무다. 대한민국을 보전하고 경제를 살리려면 자유시장경제로 돌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