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수, 순교의 기쁨, 캔버스에 아크릴, 73×60.5㎝, 2012
이영수, 순교의 기쁨, 캔버스에 아크릴, 73×60.5㎝, 2012
캐럴의 시즌이다. 예수가 자신이 태어난 날을 기념하라 명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낮은 데로 임했기에 생일조차 비밀로 해야 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인류는 어찌어찌 그날을 용케도 찾아내 기념하고 있다. 메리 크리스마스! 그분이 명한 일은 제대로 지키지 못하면서도, 명한 바 없는 일에는 신명과 솔선이라니….

이영수는 소년의 감성과 꿈을 지배했던 만화 양식을 캔버스 위로 소환하고 있다. 멜 깁슨이 열연한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와는 상반된 피에타, 즉 기쁨으로 애도하는 역설적인 피에타를 그리고 있다. 깁슨의 영화에서 부각된 인류의 잔혹한 본성이 불편했던 사람들에게 시각적인 정화를 주고자 했을까. 수난에 찍혀 있던 방점을 탄생이나 부활로 포워딩한 것임은 분명하다.

이 그림에서 시사되는 한 가지 깨달음은 책형과 부활, 탄생이 모두 근원적으로 연결돼 있다는 것이다. 매일매일을 성탄절로 지키라 명하고 싶었는지도 모를 예수의 속마음을 작가의 내면으로 읽었는지도 모른다.

이재언 미술평론가·인천 아트플랫폼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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