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 무덤에 담은 우주… 1500년前 ‘별자리 덮개돌’ 찾았다

경남함안 말이산 고분서 첫 발견

석관 덮개 아랫면 125개 星穴
크기·깊이 달라 밝기 표시한듯
4개 벽면 칠한 붉은 안료 눈길
돌방 아닌 돌덧널무덤선 처음

1500여 년 전 경남 함안 지역에서 융성했던 ‘아라가야’의 최고 지도자는 왜 주검이 돼서도 하늘의 별자리를 마주 대하고 있어야 했을까.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아 경남 함안 말이산 고분 13호분(사적 515호)을 조사 중인 함안군과 동아세아문화재연구원은 구덩식 돌덧널무덤 고분에서 125개의 성혈(星穴, 돌 표면의 별자리 구멍)이 새겨진 덮개돌과 붉은 안료를 바른 벽면이 확인됐다고 18일 밝혔다. 돌덧널 안에서 성혈이 발견된 것은 이번이 최초이며, 가야 무덤에서 발견된 사례 역시 처음이다. 말이산 13호분은 말이산 주능선(길이 1.9㎞) 중앙지점의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하며 봉분 규모가 지름 40.1m, 높이 7.5m에 달한다. 이 고분의 주인공을 아라가야 최고 지도자로 추정하는 것도 규모와 위치에 따른 것이다. 이번 조사는 일제강점기인 1918년 야쓰이 세이이쓰(谷井濟一)에 의해 유물 수습 정도로 조사된 이후 100년 만에 실시됐다.

돌덧널무덤은 석관을 만들고 그 안에 다시 시신을 안치한 목관을 모신 형태의 무덤이다. 13호분의 돌덧널은 길이 9.1m, 폭 2.1m, 높이 1.8m로 도굴갱에서 수습된 유물의 연대로 보아 5세기 후반대에 축조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조사에서 특히 주목받은 것은 돌덧널인 석관의 덮개돌 아랫면에 새겨진 125개의 성혈. 서로 다른 별자리의 크기는 별의 밝기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별자리는 현재 궁수자리와 전갈자리가 확인된다. 별자리 형상은 그동안 고구려 고분에서 다수 발견됐으나 돌에 새긴 것이 아니고 모두 벽화의 한 부분으로 그려졌다. 그리고 가야의 경북 고령 지산동 30호분이나 신라의 대구 구암동 고분 1호분에서 발견된 성혈 등은 덮개돌 안쪽이 아니라 윗면에 사용됐다.

또 지산동 고분이나 구암동 고분의 경우 모두 은하수 전체가 아닌 별자리 일부만 표현하고 있어 청동기 시대 암각화에 새겨진 별자리 일부를 떼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13호분의 경우 별자리가 새겨진 면을 주인공이 안치되는 돌덧널 중앙부에 배치했고, 은하수까지 새겨 하늘의 별자리를 모두 표현하려고 노력한 것을 보면 무덤 축조 당시 이 고분만을 위해 별도로 만들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석관의 안쪽 4개면 벽면 전체에 붉은 안료가 발려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붉은 안료를 입힌 고분은 돌방무덤에서 주로 확인되며, 가야 지역에서는 돌방무덤인 송학동 1B-1호분(경남 고성군)에서 확인된 사례가 있으나, 시기적으로 앞서는 돌덧널무덤에서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장 조사단을 이끈 동아세아문화재연구원의 최경규 단장은 “석관 내 붉은색은 생명의 부활 또는 불과 태양을 상징하고, 궁수자리의 일부분으로 별자리 중심에 있는 남두육성(南斗六星)은 동양 천문학에서 생명을 상징하는 만큼 유례를 찾기 힘든 그 같은 정황으로 보아 13호분의 주인은 아라가야 최전성기 왕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