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뢰인 “계약금 돌려달라”
무속인 “과일값 등에 다 써”


주택가나 교외의 신당(神堂)에서 주로 이뤄지던 무속인들의 활동 영역이 온라인으로 넓어지고 있다. 포털 사이트와 유튜브 동영상 등을 통해 홍보하며 손님을 유치하지만, 무속 신앙의 특성상 효과를 검증하기 어렵다 보니 굿을 했는지를 놓고 고소전으로 비화하기도 한다.

한모(50) 씨는 지난달 29일 사기 혐의 등으로 무속인 김모 씨와 직원 등 4명을 경찰에 고소했다. 한 씨는 11월 14일 유튜브 방송과 블로그 광고를 보고 서울 강북구에 있는 김 씨의 신당을 방문해 결혼과 사업 운이 좋아지는 굿을 하기로 하고 1100만 원에 계약했다. 한 씨가 500만 원을 선입금하자 김 씨는 전남 나주시에 내려가 6일 동안 소굿(농사나 사업이 잘되고 자손이 번창하기를 비는 경사굿의 하나)을 하고 치성을 드렸다고 한 씨에게 알렸다.

이후 한 씨가 무속인 사기에 관한 방송을 보고 의심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김 씨가 굿을 하는 사진들과 물품 영수증을 블로그에 올리자 한 씨는 이 사진들을 분석 업체에 의뢰했고 ‘6일에 걸쳐 찍었다는 사진 속 굿 상의 과일이 모두 동일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굿 상에 올라온 과일들은 김 씨가 공개한 영수증 내역에 있는 과일들과도 달랐다.

한 씨는 “같은 날 옷만 갈아입고 6일에 걸쳐 사진을 찍은 것”이라고 판단하고 김 씨에게 본굿 취소를 통보하며 계약금 반환을 요구했다. 반면 김 씨는 이미 과일값과 인건비 등으로 대부분 썼다며 반환을 거부했다. 김 씨는 자신의 블로그에서 “소굿에 참석할지 한 씨에게 미리 물어봤는데 한 씨가 거절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취재진은 김 씨의 입장을 추가로 듣기 위해 연락했으나 닿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18일 “보통 무속 관련 고소는 굿을 빌미로 돈을 가로채거나 굿을 해도 원하는 바가 이뤄지지 않았을 때 이뤄진다”며 “이 사건은 굿 자체를 했는지에 방점이 찍힌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무속연합회 관계자는 “굿에는 절차와 순서가 없어 무속인마다 나름의 노하우가 있다”며 “무속인과 의뢰인이 충분한 대화와 소통으로 오해를 막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조재연·정유정 기자 jaeyeon@munhwa.com
조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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