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시민들에게 총칼을 휘두른 계엄군 가운데 상당수가 국립현충원에 안장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들 중 대다수는 별도의 심의 절차 없이 국가유공자로 지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더불어민주당의 송갑석(광주 서구갑) 의원이 국가보훈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5·18계엄군 중 국가유공자는 모두 73명으로 이 가운데 1989년 이전에 사망한 56명(76.7%)은 어떠한 심의 절차 없이 유공자로 지정됐다. 송 의원 측은 “보훈처가 1980년 당시 국방부와 경찰이 제출한 한 장의 확인서에만 의거해 계엄군을 국가유공자로 지정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현재 생존자들이 사망할 경우에도 국립현충원에 안장될 것으로 보여 시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 중 사망한 31명 중 30명은 국립서울현충원과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된 것으로 확인됐다. 사망자 중에는 5·18 계엄군 책임자급인 소령 5명도 포함돼 있다.

이와 관련, 송 의원이 지난달 국가보훈처를 상대로 5·18 계엄군의 국가유공자 지정취소를 촉구했으나 보훈처는 ‘국방부에서 해당자에 대한 사망과 부상 재심사를 진행하면 (보훈처에서도) 재심사를 하겠다’고 답변했다. 국방부는 ‘국가인권위원회나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요청하면 재심사를 하겠다’며 인권위와 권익위에 공을 넘겼고, 이에 인권위와 권익위는 ‘국방부가 직권으로 심사가능한 사안’이라고 답하는 등 관련 기관들이 서로 발뺌하는 형국이다.

송 의원은 “1997년 대법원은 계엄군의 광주 진압을 국헌 문란으로 규정했고 시민들의 시위는 헌정질서 수호를 위한 정당행위라고 판결했다”며 “상관의 위법한 명령일지라도 명령을 따른 경우 범죄 행위의 위법성이 소멸되는 건 아니다. 내란 가담자와 헌정질서 수호자가 똑같이 국가유공자로 지정돼 가해자와 피해자가 함께 국립묘지에 묻힌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또 “보훈처의 행태는 5·18과 희생자들을 모독하는 일이며 역사인식 부족에 따른 명백한 오판”이라며 “보훈처는 5·18 진압이 군부의 책임이라는 역사적 사실에 맞게 당연히 계엄군의 국가유공자 지정을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광주=정우천 기자 sunsh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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