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中 개혁·개방 40주년 성과와 전망
사회주의에 시장경제를 접목한
덩샤오핑정책이 급성장 원동력
1978년이후 평균성장률 9.6%
GDP 57배로 급증해 ‘G2’ 등극
이르면 2026년 美 추월 전망도
‘중국몽’이 美 자극해 무역전쟁
시진핑 장기집권에 갈등 확산
소득분배 불평등도 다시 악화
과잉투자에 부채 문제도 뇌관
지난 15일 오후 중국 베이징(北京) 톈안먼(天安門) 광장 오른편에 있는 국가박물관. 중국 개혁·개방 40주년을 맞아 ‘위대한 변혁(偉大的 變革)’을 주제로 열린 전시회에는 주말이라 가족 단위 관람객이 많았고, 교복을 입은 학생 단체 관람객도 눈에 띄었다. 지난 한 달 동안 관람객이 150만 명을 돌파했다. 중국의 과학기술 성과를 자랑하는 인공위성 모형과 중국 최초 유인 잠수정 ‘자오룽(蛟龍)’이 양옆으로 놓인 전시실 입구에서 볼 때 정면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곳은 제3전시실 ‘관건적 선택’이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큼직한 사진들이 눈에 들어왔다. 중국 개혁·개방 정책의 총설계사로 불리는 덩샤오핑(鄧小平) 이후 중국 지도자들의 업적이 소개된 곳이다. 그런데 절반 넘는 전시 공간이 시 주석의 것으로 빼곡히 채워져 있었다. 나머지 전시실은 개혁·개방 이후 중국 국민의 삶의 모습과 최신 과학기술 및 경제 발전상을 담았다.
중국 CCTV의 모형 방송국에는 관람객들이 1978년 이후 40년간 대형 사건과 사고 등이 흐르는 자막 뉴스를 배경으로 앉아서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해놨다. 하지만 유혈 진압으로 끝난 톈안먼 민주화운동 사건이 있었던 1989년만 유일하게 빠져 있었다.
관람객들은 하나같이 자기 조국의 눈부신 변화를 자랑스러워했다. 리원여우(73) 씨는 “40년 동안 중국의 발전이 정말 대단하고 특히 과학기술 발전 속도가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대학원생이라고 밝힌 수궈인(24) 씨는 “중국인들이 그동안 간고한 노력 끝에 이뤄낸 성취”라며 “특히 중국의 가오톄(高鐵·고속철)는 세계에 내놔도 수준급”이라고 말했다. 중앙민족대 부속고교에 다닌다고 소개한 한 학생은 “한마디로 우리 부모 세대들이 정말 훌륭하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실제로 중국은 개혁·개방 이후 40년 동안 눈부신 성장을 거듭했다. 가난한 농업국가에서 미국과 함께 세계를 주도하는 주요 2개국(G2)이 됐다. 그동안 중국의 발전은 ‘중국의 기적’으로 불릴 정도다. 중국은 1978년부터 40년간 연평균 9.6%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했다. 2010년까지만 해도 10% 안팎의 초고속 성장을 유지하다가 2012년 이후 8% 밑으로 떨어졌고, 2015년부터는 6%대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이 기간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1978년 2165억 달러에서 지난해 12조2501억 달러로 무려 57배가량으로 급증했다. 1인당 GDP도 224달러에서 8836달러로 39배 이상으로 늘었다.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중국의 GDP 순위는 세계 8∼10위에 불과했지만 1993년 캐나다를 제치고 7위로 올라섰다. 2000년엔 이탈리아를 추월해 6위로, 2002년에는 프랑스를 제치고 5위로, 2006년에는 영국을 따돌리며 4위로 진입했다. 2007년에는 독일을 추월했고, 2009년 일본을 근소한 차이로 따돌리더니 G2에 등극했다. 중국이 전 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78년 1.8%에서 지난해 15.3%로 미국(24.6%)보다는 낮다. 하지만 세계 경제 성장에 기여하는 비율은 34% 정도로 가장 높다. 이제는 ‘중국이 재채기를 하면 세계가 감기에 걸린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무역 규모와 외환보유액 측면에서는 몇 년 전에 세계 1위로 올라섰다. 무역 규모는 지난해 4조1000억 달러에 달했다. 외환보유액은 1978년 162억 달러에서 지난해 3조1399억 달러로 무려 193배로 급증했다.
중국인의 삶도 급격한 변화를 겪었다. 그 사이 7억 명 가까운 중국 농민이 빈곤 상태에서 벗어났다. 도시 100가구당 자동차 수는 1978년 0.34대에서 37.5대로 늘었다. 식량 생산량은 같은 기간 3억t에서 6억2000만t으로 늘었다. 중국인의 기대수명은 지난해 76.7세로 7∼10년 연장됐다. 지난해 해외여행을 간 중국인은 1억3000만 명에 이른다. 온라인 쇼핑 시장이 급성장해 올해 알리바바의 쇼핑 이벤트인 솽스이(雙十一·11월 11일) 하루에만 35조 원어치가 팔렸다.
중국이 40년 만에 미국과 패권 경쟁을 벌일 정도로 국력이 급성장한 이유는 무엇일까. 개혁·개방이 덩샤오핑이 주창한 ‘중국특색사회주의’에 의해 이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공산당은 마르크스주의와 중국 현실을 결합한 중국식 사회주의 노선을 추구했고, 이는 ‘사회주의 시장경제론’으로 대표된다. 사회주의를 추구하되 시장경제를 도입해 급속한 생산력 발전을 추구한다는 노선이다. 생산력 발전을 최우선 순위에 놓은 덩샤오핑은 “발전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중국식 실용주의가 결합해 이른바 덩샤오핑의‘흑묘백묘론(黑猫白猫論)’과 ‘선부론(先富論)’을 낳았다. 하지만 마르크스·레닌주의·마오쩌둥(毛澤東) 사상, 사회주의 노선, 인민민주주의 독재, 공산당 영도 등 4가지 원칙을 견지하며 경제 발전 중심론을 관철했다. 실제 개혁·개방은 도시와 농촌, 기업에서 생산력 발전의 성공 사례가 나타나면 이를 중국 공산당이 채택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농촌에서는 집단경작에서 농가생산 책임제인 ‘다바오간(大包干)’이 세를 확산했고, 도시에서는 경제특구 제도를 도입해 외자 유치와 대외무역의 발판으로 삼았다. 기업에서는 국유기업을 중심으로 이윤 허용과 자주권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개혁이 진행됐다.
무엇보다 1980년 광둥(廣東)성 선전·주하이·산터우와 푸젠(福建)성 샤먼 등 처음 지정된 4개 경제특구를 기본점으로 한 뒤 연해 지역의 특구들을 선으로 잇고 이를 다시 내륙으로 확장하는 ‘점-선-면’ 전략을 실행했다. 2001년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으로 세계 경제 무대에 본격 등장함으로써 대외 개방과 외자 유치가 촉진됐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를 ‘중국식 모델의 성공’으로 평가했다. NYT는 “중국 공산당이 핵심 경제 부문에 대한 장악력을 유지하면서 기업가에게는 이윤 추구의 자유를 허용하고, 서구의 아이디어를 필요에 따라 빌리고 스스로 속도를 조절하며 개방을 하는 중국식 모델을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이런 독특한 중국식 모델 때문에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아시아와 남미 국가들이 쓰러졌을 때 중국은 오히려 더 강해졌다는 것이다. 사실 중국이 G2로 발돋움한 것은 금융위기 국면에서 인프라 건설 등에 대규모 재정을 투입해 고성장을 유지하면서 다른 선진국들을 빠른 속도로 제쳤기 때문이었다.
중국은 오는 2049년 건국 100주년을 맞아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며 종합 국력 등에서 초강대국인 미국을 뛰어넘겠다는 야심을 보이고 있다. 1842년 아편전쟁 이전 세계 역사를 주름잡던 중국으로 되돌아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중국몽(中國夢)을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구매력을 고려했을 때 중국의 경제 규모는 2014년 이미 미국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환율을 감안한 GDP 역시 오는 2026∼2028년쯤이면 미국을 능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세계 최고 수준인 미국의 첨단기술력을 따라잡기 위해 ‘중국 제조 2025’를 통해 인공지능(AI), 반도체, 우주과학 등에서 굴기(굴起)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또한 아시아와 아프리카, 유럽을 잇는 인프라 프로젝트인 ‘일대일로’를 통해 미국에 맞서는 경제적 영향력 확보에 나섰다.
하지만 중국이 미국을 뛰어넘기 위해서는 안팎으로 만만치 않은 도전을 극복해야 한다. 특히 지난해 10월 중국 공산당 19차 당 대회에서 시 주석이 중국몽이라는 민족주의를 고양하면서 미국을 자극해 올해 전면적인 무역전쟁으로 이어졌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무엇보다 지역·계층 간 격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소득분배의 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2000년대 들어 0.4를 넘어선 이후 계속 악화하다 2008년 정점을 찍은 뒤 개선됐으나 2015년부터 다시 오르고 있다. 1에 가까울수록 빈부 격차가 확대됨을 보여주는 지니계수는 지난해 0.467로 소득 불균형이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가장 잘사는 베이징 주민의 지난해 1인당 GDP는 1만8860달러로 가장 못사는 서부 지역 간쑤(甘肅)성(4287달러)의 4배를 넘는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전후해 집값이 급등하면서 부동산 등 자산 기준 지니계수도 2002년 0.538에서 2012년 0.739로 급등했다. 이처럼 사회적 불평등이 확대되면서 노동자 등의 집단시위 건수도 1990년대 초 연 1만 건에서 2010년엔 18만5000건으로 19배 가까이로 급증했다. 시 주석 체제 들어 인터넷 등 여론 통제가 강화되고 있고, 신장위구르 자치구 등에서의 소수민족에 대한 인권 탄압 논란도 거세지고 있다.
중국의 내부 모순이 커지고 있는 것은 기득권을 쥔 중국 공산당과 국유기업 중심의 발전 전략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WTO 가입을 통해 중국의 경제 및 정치 자유화를 기대했던 미국 등 서방은 오히려 중국식 국가자본주의 모델이라는 ‘거인’의 출현을 지켜봐야만 했다. 중국 공산당은 자신들이 경제를 잘 이끌어서 성공한 것이지 경제 자유화 때문은 아니라고 반박한다.
이런 공산당 주도 방식의 경제 발전 모델은 중국의 모순을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다. 정보기술(IT) 강국으로 부상한 중국에서 최첨단 인터넷 통제가 갈수록 강화되고 있으며, 민영기업가를 격려한다고 하면서도 거대 국유기업의 힘을 키우는 이른바 ‘국진민퇴(國進民退)’ 논란까지 낳고 있다. 국가 주도의 경제 발전 방식은 과도한 인프라 및 과잉 투자를 낳아 중국 경제의 가장 큰 뇌관인 부채 문제를 키우고 있다. 중국의 부채 규모는 무려 41조 달러로 최근 3년간 GDP 규모와 맞먹는다. 더 큰 문제는 미국·영국·일본 등의 경우 비슷한 부채 규모를 보이고 있지만 수십 년간 누적된 빚인 데 비해 중국은 단 9년 만에 이만큼 빚이 쌓였다는 점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시 주석 집권기에 강화하고 있는 국가 주도 자본주의에 대해 ‘시진핑의 덩샤오핑 뒤집기’로 풀이했다. FT는 “덩샤오핑 시절 당정 분리가 당정 재통합으로 바뀌고, 당내 다양한 목소리가 짓눌리고 사회 통제가 강화되고 있다”며 “대외 개방을 천명했지만 곧바로 국가와 당 중심 정책 결정으로 회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덩샤오핑 시대 가장 중요한 업적인 ‘사상 해방’이 질식되고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글·사진 = 김충남 특파원 utopian21@munhwa.com
주요뉴스
시리즈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