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KL 번역문학대상’ 션 할버트

“번역 넘어 마케팅 고민 필요
제2 창작으로 이야기 전달”


“번역할 작품을 선택할 때 제 세대 독자들이 어떤 것을 좋아할지 고민합니다. 미국에서 뉴스를 통해 듣게 되는 한국 이야기는 두 가지입니다. 북한 아니면 정보기술(IT)이 발달한 나라. 그래서 제 또래 독자들이라면 모던한 나라, 코스모폴리탄적 도시에 대해 이야기해주는 한국 작품을 원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공익법인 GKL(그랜드코리아레저)사회공헌재단이 제정한 ‘GKL문학번역상’ 대상을 받은 션 할버트(25·사진) 씨는 영·미 독자들은 어떤 한국소설을 읽고 싶어 하느냐는 질문에 ‘모던한 소설’이라고 했다. 워싱턴대에서 물리학과 한국학을 전공하고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대학원에서 석사과정 중인 할버트 씨는 식민·근대문학 중심으로 공부하지만 번역은 ‘모던’한 작품을 더 좋아한다고 말했다. 이번 대상작도 윤고은 작가의 단편 ‘요리사의 손톱’이었다. 이 작품은 회사에서 구조조정 당한 뒤, 지하철을 돌며 책을 읽는 간접 책 홍보를 하는 주인공 이야기다. 할버트 씨는 “소설의 주인공과 자신을 동일시했기 때문에 선택했다”며 “밤늦게까지 지하철을 타면서 도심을 돌돌 감싸는 주인공의 상은 비극적으로 모던하고 아주 낭만적”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상상력이 넘치는 윤 작가의 작품과 함께 김영하, 김애란 작가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소설을 번역해 부모님께 보여주면 늘 똑같은 말씀을 하신다. ‘한국 문학은 너무 슬프다’고. 식민지 경험 때문인지, 슬픈 엔딩도 많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제17회 한국문학번역상 신인상, 제49회 코리아타임즈 한국문학번역상에 이어 GKL문학번역상까지 수상한 3관왕이다.

최근 한강의 ‘채식주의자’ 번역을 둘러싼 좋은 번역과 오역 논란에 대해 할버트 씨는 ‘가독성과 충실성의 문제지만 이 둘이 이분법적으로 나뉘는 것은 아니다”며 “충실하면서도 가독성이 있어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다만 이 둘 사이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작가의 의도라고 했다. 예를 들어 얼마 전 수업 시간에 인간의 깎은 손톱을 먹는 쥐에 대한 황정은의 단편 ‘G’를 번역하면서 교수님이 번역판 제목은 쥐와 같은 발음인 ‘G’가 아니라 Mouse의 ‘M’으로 바꿔야 한다고 했다며, 작가의 의도를 잘 살리면서도 문법에 맞고 자연스럽게 읽히는 번역을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 문학이 세계 독자들에게 읽히기 위해서 번역뿐 아니라 마케팅 문제도 살필 것을 조언했다. 많은 이가 아마존에서 책을 사는데 아마존만 해도 ‘한국문학’이 별도의 카테고리로 분류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아마존에 한국문학(Korean Literature)을 검색하면,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와 ‘홍길동전’ 딱 두 개만 검색된다며 이 때문에 한국소설을 읽고 싶은 독자들도 한국소설을 찾기가 어렵다고 덧붙였다. 글쓰기를 좋아하고, 언젠가 소설도 쓰고 싶다는 할버트 씨는 “다른 작가의 창작을 갖고 제2의 창작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번역은 참 즐거운 작업”이라고 말했다.

최현미 기자 chm@, 사진 = 김낙중 기자 sanjoong@munhwa.com
최현미

최현미 논설위원

문화일보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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