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진작가 구본창 씨 개인전
‘청화백자 연작’ 새롭게 선보여
형태 부각위해 ‘한지’배경으로
흐린 수평선 만들어 공간 확장
아웃포커싱 기법 통해 구체화
‘은은한 조명’으로 여운 포착
빛 덜 비추며 본연 매력 살려
“소외된 것들, 첫눈에 아름답다고 생각하지 못한 것들이 내 사진 작품을 통해 진가를 드러낼 때 보람을 느낍니다. 백자를 대하는 마음도 마찬가지입니다.” ‘조선백자’ 연작 시리즈로 10여 년 전부터 독특한 미감의 세계를 펼쳐온 사진작가 구본창(65) 씨의 개인전이 2019년 2월 17일까지 부산 수영구 망미동 ‘F1963’ 내에 있는 국제갤러리 부산점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 구 작가는 대표작인 기존의 백자 연작 사진 9점 외에 새롭게 청화백자 연작 6점과 대형 ‘제기’ 등 모두 19점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구 작가는 새롭게 공개하는 청화백자 사진에 대해 “압도적이고 정교한 중국 청화백자, 조형적이고 세밀한 일본 청화백자와는 달리 조선의 청화백자는 소박하면서도 간결함 속에 조선사람들의 심성인 단아함과 떨림이 담겨 있다”며 “백자 안에 내재된 빛과 아름다움을 사진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특히 12년 전 시작한 백자 연작 사진은 조선백자를 시각적으로 재현하거나 서술하는 데 그치지 않고 백자의 형태를 빌려 존재 자체를 담아내며 백자를 새롭게 해석하는 방식을 제시했다는 점으로 인해 화단에서 신선하게 받아들였다.
구 작가는 자신의 의도가 작품 속에 잘 반영될 수 있도록 다양한 기법을 실험하고 채택해 왔다. 작품 속에 이탈리아 화가인 조르조 모란디가 그린 정물화 속의 수평선처럼 흐릿한 수평선을 만들어 공간의 확장을 시도했다. 백자의 배경으로도 대청마루, 문창호지, 장판지, 한지 등 다양한 환경을 실험한 끝에 백자의 느낌을 살리는데 가장 적합한 한지를 선택했다.
또 아웃포커싱이 잘되는 대형카메라를 장비로 쓰며 일부 장면을 과감히 아웃포커싱으로 흐리게 처리, 유물들의 실체를 관람객이 더 실감나게 맞닥뜨릴 수 있도록 했다. 은은한 살색 배경으로 조선 여인을 닮은 백자의 캐릭터도 살렸다. 사전 공부 역시 많이 했다. “사람 사진을 잘 찍으려면 그 사람에 대해 많이 알아야 합니다. 촬영할 박물관의 작품이 정해지면 며칠 전부터 작품이 진열된 유리장 앞에 서서 작품을 관찰했습니다.”
구 작가가 촬영을 위해 돌아다닌 박물관은 국립중앙박물관으로부터 리움미술관, 호림박물관, 고려대박물관 등 국내 박물관은 물론이고 일본의 도쿄(東京)와 교토(京都), 파리, 뉴욕 등지 박물관 등 20여 곳에 이른다.
“백자는 그늘진 곳에서 조용하고, 다소곳하게 있습니다. 그 느낌을 그대로 살리고 싶어 간접조명만 씁니다. 어둠 속에서 빛나는 마지막 여운을 캐치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빛을 덜 비춤으로써 오히려 백자 내면의 ‘숨은 빛’을 찾아내는 것이라고나 할까요.”
구본창 작가는 연세대 경영학과 졸업 후 독일 함부르크 조형미술대학에서 사진 디자인을 전공, 디플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계원예대, 중앙대, 서울예대 등에서 강의를 했고, 2010년부터 경일대 사진영상학부에서 교수로 재직했고 정년퇴임 후 석좌교수에 올라 후학을 가르치고 있다.
런던 영국박물관, 보스턴미술관, 휴스턴미술관,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 필라델피아 미술관, 파리 카르나발레 박물관, 파리 기메 미술관, 바젤 헤르조그 재단, 교토 가히쓰칸 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삼성미술관 리움 등 전 세계 유수의 미술관에 주요 작품이 소장돼 있다.
부산 = 글·사진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