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의 약탈적 행태 비판한 美
아프리카 국가 지원 적극 나서
개혁 요구 없는 中 협력 후유증
국익 연계한 개발협력은 위험
글로벌 공적 소임 수행이 우선
한국은 무형 자산에 집중해야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은 지난주 헤리티지 재단 연설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아프리카 외교정책의 기본방향에 대해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볼턴은 중국이 아프리카 국가들과 개발 협력을 추진하면서 ‘약탈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미국은 앞으로 아프리카 각국이 추진하는 경제발전을 적극적으로 지원함과 동시에 중국을 견제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또한, 그동안 중앙아프리카 공화국과 콩고민주공화국에 파견된 평화유지군에 대해 유엔이 분명한 개혁을 추진하지 않는다면 미국의 재정지원을 축소하거나 중단할 것이라는 강경한 입장도 천명했다. 최근 첨단기술과 무역수지를 둘러싸고 첨예하게 부딪히고 있는 미국과 중국 간의 대립이 국제개발협력 분야까지 번지는 형국이다.
그동안 중국이 아시아,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을 지원하면서 국제개발협력의 국제규범을 크게 염두에 두지 않고 추진한 것이 사실이다. 중국은 바다와 육상으로 아시아와 중동, 아프리카를 잇는 일대일로(一帶一路)라는 거대 경제권 건설을 구상하면서 해당 지역 국가의 사회기반 시설 건설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왔다. 세계 초강대국으로서 지위를 다지려는 중국은 미국이나 유럽 국가와는 달리 민주화나 경제개혁과 같은 요구조건 없이 전폭적인 경제적 지원을 하겠다고 개발도상국들에 파격적인 약속을 했다. 그동안 선진 공여국과 더불어 국제통화기금과 세계은행 등의 개혁 요구에 골치를 앓던 개발도상국들은 이와 같은 약속에 환호할 수밖에 없었고, 인도네시아, 스리랑카 등 아시아 국가와 더불어 세네갈, 탄자니아 등 아프리카 국가까지 중국 자본을 적극적으로 유치한 것도 전혀 예상 밖의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지난 10년 동안 중국의 개발 협력이 추진된 결과는 전혀 딴판이다. 중국의 투자는 아프리카에서 천연자원 확보와 아시아에서의 경제연결망 구축에 필요한 기반시설 건설에 집중돼, 개발도상국의 경제 발전에 파급 효과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현지 건설현장에 중국인 노동자를 파견하고 임금은 고향에 있는 중국은행 통장으로 지불해, 해당 지역에 경제적 혜택을 거의 주지 않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더욱이 중국의 자금지원이 무상원조나 직접투자보다는 주로 상업차관의 형태를 띠면서 개발도상국은 실질적인 경제적 혜택 없이 채무만을 짊어지게 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최근 채무에 시달린 스리랑카가 빚을 갚는 대신 중국이 건설한 함반토타항의 시설과 땅을 중국에 99년간 양도하기로 했다는 것은 홍콩을 빼앗겼던 중국의 아픈 경험에 비춰 볼 때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이렇게 아시아, 아프리카 지역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주도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개발도상국의 경제·사회 발전을 지원하기 위한 국제개발협력 정책이 공여국가의 편협한 국가이익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할 위험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영국이나 네덜란드 등과 같은 전통적인 원조 공여국가들도 국제개발협력 정책을 통해 국가이익을 실현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이다. 이 같은 맥락에서 우리나라의 국제개발협력 정책도 국가이익의 관점에서 추진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생각은 세 가지 측면에서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된다. 첫째, 미국과 중국이 편협한 자신들의 국가이익을 위해 국제개발협력 정책을 활용하는 것은 규범적으로 적절치 않을뿐더러, 더욱이 한국과 같은 나라가 세계 초강대국들의 전략적 놀음에 부화뇌동해서는 안 된다. 둘째, 당장의 경제적, 군사적 이해관계와 같은 일차적인 국가이익과는 대조적으로 세계무대에서 공적 소임을 충실히 수행해 획득할 수 있는 이차적인 국가이익이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빈곤한 개발도상국의 경제·사회발전을 지원하고 급박한 재난 사태 때 인도적 지원을 함으로써 얻어지는 국가이익이 이차적인 이익이다. 이를 통해 대한민국에 대한 국제적 신뢰도를 제고하고 우리 기업들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세계 10대 무역대국에 반드시 필요한 무형의 자산이며 우리가 추구해야 할 국가이익이다. 셋째, 전쟁의 폐허 위에서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성취한 대한민국은 여전히 많은 개발도상국의 희망이다. 눈앞의 이익에 매몰돼 그런 소중한 희망과 기대를 저버려서는 안 될 것이다.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