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과연 ‘안전사회(safety society)’인가. 나아가 국민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사회(relief society)인가. 21일은 제천 참사 1년이 되는 날이다. 29명의 생명을 앗아간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의 교훈은 잊힌 지 오래다. 하루가 멀다 하고 인명사고가 터지고 있다. 지난 1월 경남 밀양시 세종병원 참사, 11월 서울 종로구 국일고시원 참사, 18일 강릉 펜션 참사…. 나열하기 버거운 이들 참사는 하나같이 후진국형 인재다. 불법 증개축 문제와 안전당국의 관리 구멍, 안전의식 부재 때문이다. 모든 종류의 위험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은 국가의 1차적 역할이다. 특히 KTX 열차 탈선, KT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 지역난방공사 온수관 파열 사고는 공공기관의 안전 무시라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한다. 시설물안전법 개정에 따라 1월부터 도입된 종합적인 성능평가제는 현장에서 맥을 못 추고 있다.
위험사회 요인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평범한 하루 전체가 위협받고 있다. 철도·도로·공항·항만·발전·송배전·상하수도·교량·댐·제방·병원·학교 등 사회기반시설에서 발생한 안전사고는 대규모 인명·재산피해로 직결된다. 이미 위험한 대한민국은 차례대로 바다, 하늘, 지상, 땅밑을 돌아가며 대형 사건을 겪었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심각한 초특급 참사가 언제 터질지 모를 상태로 노후한 시설을 떠안고 살고 있는데도 문재인 정부는 사회간접자본(SOC) 분야 예산을 등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8일 “국민안전을 담보해야 할 공공기관에서 발생한 사고라는 점에서 엄중함과 심각성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강조한 악순환 근절 의지가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보고서(김진수 국토해양팀 입법조사관)를 통해 “전체 국가 주요시설물 13만4969개 중 고령화 시설은 제1종 751개, 제2종 3689개, 제3종 2만6315개로 시설물 노후화가 급격히 진행될 것”이라며 “본격적인 노후화 시기가 도래하기 전에 선제적 유지 관리 대책이 필요하고, 대규모의 예산투입이 필요할 수 있다”고 충고했다. 정부의 정책 기조가 경제성장에서 사회복지로 급속히 변화하면서 SOC 투자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에 대한 우려 표명으로 풀이된다.
일본은 이미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급격한 시설물 노후화에 대응하기 위해 2013년 ‘인프라장수명화기본계획’과 신기술 안전산업 육성로드맵을 작성했다. 선진국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무인항공기(UAV), 센서, 차량(MMS), 사물인터넷(IoT), 로봇 등 최첨단을 접목하는 상황에서 말로만 4차 산업혁명 선도를 외쳐온 우리는 육안 검사를 통해 철로시스템도, 온수관도, 곧 무너질 상가·유치원 건물도 괜찮다고 넘어갔다.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회견에서 각종 참사를 언급한 뒤 “모든 게 대통령과 정부의 책임인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웠다”며 ‘안전한 대한민국’을 다짐했다. 2019년 국회 시정연설에서는 “국민생명 지키기 3대 프로젝트에 2조2000억 원을 배정했다”며 국민안전을 또 다짐했다. 1년을 되돌아보면 공언임이 드러난 셈이다. 안전에 대한 투자와 시스템 개혁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
jupite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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