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업계 “생존권 걸린 문제”
국회앞서 도입 반대 집단행동
시민 “돈 있어도 못타는 택시
승차거부에 지쳐 ‘카풀’찬성”
운행 중단 탓 출근길 큰 불편
전문가 “사업자 조정案 필요”
“너도 택시 잡을 수 있으면 한번 잡아봐라. 종로 쪽은 절대 안 잡힌다.”
지난 19일 오후 11시쯤 서울 종로구 종각역 근처에서 술에 취한 채 택시를 잡던 박모(67) 씨는 대뜸 기자에게 반말로 분노를 표했다. “서초구 집에 가려고 한 시간 전부터 택시를 타려고 했는데 잡히지 않는다”는 하소연이 이어졌다. “택시라는 게 돈을 내면 어디서든 탈 수 있어야 하는데 이렇게 안 잡히는 건 문제 아니냐”며 박 씨는 도로를 향해 연신 손을 뻗었다.
전국 택시업계 종사자들의 20일 국회 앞 카카오의 차량 승차공유서비스(카풀) 도입 반대 대규모 시위를 앞두고 18∼19일 밤 취재진이 찾은 서울 도심 번화가에서는 여전히 ‘택시 잡기 전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승차 거부나 손님 골라태우기 등 불법·탈법적 영업 행태도 여전했다. 19일 종로에서 만난 한성은(여·34) 씨는 “택시들이 ‘예약’ 표시를 하고 운행하면서 목적지를 물어본 뒤 서울 변두리나 외곽 도시로 가려는 손님만 골라 태운다”며 불만을 표했다. 한 씨는 “특히 출퇴근 시간이나 비·눈이 오는 날, 새벽과 심야 시간대는 택시를 더 잡기 힘들다”며 “카풀 도입에 찬성한다”고 말했다.
18일 밤 강남역 일대도 마찬가지였다. 권모(여·24) 씨 일행이 ‘영등포 가냐’고 물어봤지만 기사들은 연신 손을 내저었다. 택시 앱으로 호출도 했지만 잡히지 않았다. 권 씨는 카풀앱에 대해 “검증된 택시기사도 아닌 사람의 차를 타도 괜찮을지 의문”이라면서도 “이렇게 승차 거부가 심하면 택시기사들도 솔직히 변명할 말이 없다”고 꼬집었다. 서울시 교통지도단속반원들과 택시 기사들 간의 실랑이도 곳곳에서 목격됐다. 19일 오후 11시쯤 마포구 홍대입구역 주변에서 20대 중국인 커플이 택시에 타 중구 명동의 한 호텔로 가자고 하자 기사가 손가락으로 반대편을 가리켰다. 중국인 커플이 내리려 하자 단속반원 세 명이 뛰어가 번호판 사진을 찍고 손님에게 중국어로 자초지종을 물었다. 교통지도단속반 강북지구대 김천수(58) 상황실장은 “오후 11시부터 오전 1시까지 승차 거부가 제일 많아서 집중 단속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20일 오전 4시부터는 택시가 운행 중단에 들어가 출근에 불편을 겪은 직장인도 속출했다. 김모(여·28) 씨는 “평소 택시 잡는 데 걸리는 시간에 비해 2배 이상 시간이 소요됐다”며 “결국 회사에 지각해 선배의 질책을 들었다”고 말했다.
반면 택시기사들은 ‘생존권’을 주장하며 고충을 호소했다. 택시기사 김기준(65) 씨는 “카풀이 도입되면 일반 개인택시와 법인택시들 모두 수익에 직격탄을 맞는다”며 “출퇴근 시간에만 영업한다지만 현실적으로 지켜지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사 오모(72) 씨도 “하루 10시간 이상 일해야 월 140만∼150만 원을 벌 수 있다”며 “택시기사들에겐 생존권이 걸린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택시기사 최모(57) 씨가 지난 10일 카풀 도입에 항의하며 몸에 불을 붙여 사망하는 등 택시업계의 반발은 거세다. 길현종 한국노동연구원 사회정책연구본부 연구위원은 “공유경제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며 “빠른 시간 내에 공유경제를 활성화하고 기존 사업자를 조정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재연·최지영·전세원 기자 jaeye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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