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펜션참사 학생3명 빈소 열려

“조문前 동네 골목길 돌아봐
함께 놀던 추억 이젠 못 나눠”
대성고 동문, 유족지원 논의


“이제 성인이 됐으니 형이 술 한잔 사주려고 했는데….”

이승환(19) 씨는 19일 밤 강릉 펜션 사고로 숨진 안모(18) 군을 조문한 뒤 한동안 장례식장 주변을 떠나지 못했다. 이 씨는 안 군과 초등학교 시절부터 친한 형·동생 사이로 지내왔다. 이 씨는 같은 동네의 교회에서 처음으로 안 군과 만났던 때를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한다. “제가 어려운 가정 환경에서 자라와 다른 친구들과는 왠지 모를 거리감이 있었어요. 그런데 (안 군은) 그런 내색 전혀 없이 먼저 살갑게 다가와 줘서 고마웠습니다.”

이 씨가 기억하는 안 군은 사회복지사를 꿈꾸던 착한 동생이었다. “남한테 워낙에 살가운 성격이라 사회복지사를 꿈꿨던 게 아니었을까 싶어요.” 안 군은 한 대학의 사회복지학과 수시모집에도 합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는 “빈소에 오기 전 어릴 적 동생과 함께 놀던 동네 골목길을 돌아보고 왔다”며 “학교 운동장에서 뛰어놀며 술래잡기를 하던 것들도 이제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추억이 됐으니까”라며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

19일 저녁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에 안 군 등 3명의 장례식장이 꾸려졌다. 장례 절차는 유족들의 뜻대로 최대한 외부 노출을 피한 채 조용하게 치러지고 있다. 빈소에는 20일 이른 아침부터 조문객들의 방문이 이어졌다. 숨진 학생들이 재학 중이던 서울 대성고의 교사들도 이날 유족과 함께 빈소를 지켰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빈소를 찾아 유족들을 위로했다. 유 부총리는 “어머니들께서 ‘사고 원인이 다른 데 있는데 (체험학습을 보낸) 선생님들에게 잘못이 있는 것처럼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말했다.

치료를 받고 있는 학생 7명 중 지금까지 3명이 의식을 회복했다. 대책본부장을 맡고 있는 김한근 강릉시장은 이날 “강릉아산병원에 입원한 학생 중 1명은 일반 병실로 이동했고, 오늘 중 다른 학생 2명도 일반병실로 갈 확률이 높다”고 밝혔다. 의식을 찾은 학생들은 가장 먼저 ‘다른 친구들은 어떻게 됐냐’며 안부를 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에 입원한 유모(18) 군, 남모(18) 군은 체임버 장비(고압 산소를 주입하는 의료시설) 등으로 계속 치료를 받고 있다.

남일희 대성고 총동창회 사무총장은 “동창회 차원에서 피해 학생과 유가족 지원에 나설 생각”이라고 밝혔다. 학교 측은 이날 대성중 체육관에 비공개 분향소를 설치했다. 유족들의 요청으로 장례는 조용히 치러지지만, 교내에서 충분히 고인을 애도할 수 있도록 하자는 뜻이 반영됐다.

이희권·서종민 기자 leeheken@, 원주 = 송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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