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감반장 삭제 지시’ 사실땐
공공기록물관리법 위반 혐의


청와대 특별감찰반 사태의 핵심 인물인 김태우 검찰 수사관이 청와대의 첩보 보고서 폐기 의혹, 텔레그램 대화방 삭제 의혹 등을 제기한 가운데 20일 법조계 안팎에서는 실정법 위반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

김 수사관은 특감반에서 텔레그램을 통해 업무 보고 등을 해왔지만, 비위 행위가 불거진 뒤 이인걸 특감반장이 자신을 불러 “텔레그램 방에서 나가라”고 지시하는 등 흔적 삭제에 나섰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텔레그램은 카카오톡 등 다른 SNS와 달리 본인이 대화방을 나가거나 대화 내용을 삭제하면 복구가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문재인 청와대 참모들은 주로 텔레그램을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이 특감반장은 “김 수사관이 수많은 메시지를 보내와 읽지 않고 간단히 대답한 뒤 나중에 찬찬히 읽어보고 보고서감이 아니라고 생각되면 김 수사관을 불러 하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텔레그램 메시지를 통해 특감 업무를 해왔고 지금 그런 업무들이 불법과 합법의 경계선을 넘나들고 있던 것으로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만약에 이 특감반장이 대화 삭제를 지시했다는 김 수사관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청와대 윗선의 증거 인멸 혹은 더 나아가 강요 혐의까지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텔레그램 대화 삭제 의혹 외에도 김 수사관의 첩보 보고서 폐기 문제를 놓고도 실정법 위반 논란이 계속된다. 박형철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은 전날 자유한국당이 특감반 일부 동향·감찰 보고서 리스트를 공개하자 “관련된 자료 대부분이 폐기돼 없다. 진본인지 아닌지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지적까지 제기하지만, 청와대는 “김태우 첩보 보고서는 ‘공문서로서 성립’되기 전의 초안에 불과하고 ‘대통령기록물로서 생산’된 것이 아니므로, 이를 파기한 것은 형법상 공용서류무효죄가 아니고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도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법무법인 민주의 서정욱 변호사는 “초안이 아니라 윗선까지 정식 보고된 문건이라면 공공기록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리안 기자 knr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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