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박한기 합참의장 등 군 수뇌부가 모두 참석한 전군주요지휘관 회의가 개최된 국방부 대회의실. 이날 일련의 안보 관련 언론 보도문에 ‘FAKE’(가짜)라는 빨간 낙인을 찍는 행사가 열렸다.

낙인 찍힌 언론 문건들은 9·19 남북 군사합의 발표 후 국회 국방위원인 김성태(자유한국당) 의원이 지적한 ‘NLL 포기했다’(9월 21일), 합참 작전본부장을 지낸 신원식 전 합참차장 인터뷰 기사인 ‘군사합의 항복문서 수준’(9월 21일), 신 전 차장의 또 다른 인터뷰 기사인 ‘남북 군사합의는 신체포기 각서 쓴 꼴’(10월 2일) 등이었다. 국방부는 이들 ‘가짜뉴스’가 평양에서의 9·19 군사합의 관련 사실을 왜곡하고 국민을 혼란하게 하는 사례라고 주장하면서 이런 보도에 우리 군과 지휘관들이 휘둘리거나 흔들려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를 두고 군 안팎에서 “국가안보와 관련된 정당한 문제 제기를 가짜뉴스라고 브리핑한 자체가 가짜뉴스”라는 비판이 나온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헌법상 표현과 언론 자유에 대한 부정”이라고 우려했다.

예비역 장성 출신인 송대성 전 세종연구소장은 “사실 보도를 가짜뉴스라고 매도하고 진실을 오도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며 “일시적 땜질은 되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결국 진실이 드러나 군 수뇌부의 가짜뉴스 주장은 신뢰를 잃게 될 것”이라고 질타했다.

창군 이래 군 수뇌부 공식 회의석상에서 언론 보도를 죽 나열해 가짜뉴스라 낙인찍은 행위는 ‘웃픈’ 현실일 뿐 아니라 처음 있는 일이다. 국가 안위를 걱정하는 예비역 장성과 국회, 언론의 정당한 문제 제기를 왜곡하고, 적대감까지 드러낸 점에서 군 수뇌부의 삐뚤어진 사고방식이 매우 우려스럽다.

정충신 정치부 기자 csjung@munhwa.com
정충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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