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 복장을 한 류지혜(오른쪽) 교사가 자신을 무척 따르던 박소연 양과의 추억을 얘기하고 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산타 복장을 한 류지혜(오른쪽) 교사가 자신을 무척 따르던 박소연 양과의 추억을 얘기하고 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 류지혜 안산 단원고 교사

성호中 재직때 아끼던 소연양
시상식 무대 깜짝 등장 ‘감동’


“힘들 때 기댈 어깨를 제자에게 내어줬다고 할까요. 저는 그저 교사로서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지난 14일 열린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주최 감사 편지쓰기 공모전에서 교육부장관상을 수상한 박소연(안산성호중 3년) 양이 무대에서 편지 낭독을 마친 순간, 무대에 올라 상을 전달하던 ‘루돌프’ 인형 탈이 갑자기 벗겨졌다. 탈을 쓰고 있던 이는 ‘바빠서 참석이 어렵다’고 했던 박 양의 편지 속 주인공 류지혜(31) 안산 단원고 교사였다.

박 양의 편지 속에서 ‘나의 히어로’로 묘사된 류 교사가 나타나자 처음엔 얼떨떨한 표정을 짓던 박 양은 이내 울음을 터뜨리며 평소 존경하던 작은 영웅의 품에 포근히 안겼다. 박 양을 끌어안은 류 교사는 “교육 현장에서 안타까운 일이 많이 벌어지고 있지만, 저 말고도 수많은 교사가 학생들을 위해 노력한다는 것을 믿고 교육에 희망을 품어 달라”는 소회를 밝혔다. 박 양은 편지에서 “저도 앞으로 학생에게 희망을 주는 교사가 되기로 했다”고 적었다.

두 사람의 인연은 류 교사가 단원고의 직전 학교였던 성호중에서 박 양의 1학년 담임을 맡으면서 시작됐다. 어느 날, 류 교사는 박 양이 상담 중 늘 머뭇거리며 할 말을 꺼내지 않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수차례 상담 끝에 박 양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시력이 급격히 나빠지고 멍해지는 증상이 있다는 고민을 털어놨다. 이에 교무실에서 류 교사가 박 양을 안은 채 울며 아픔을 나누자 박 양은 비로소 마음을 열었다. 류 교사가 1년간 박 양을 상담한 횟수만 200회가 넘는다. 가까워진 두 사람은 류 교사가 근무지를 옮긴 요즘도 자주 연락을 주고받는다.

류 교사는 최근 전화 한 통을 받고 더 큰 보람을 느꼈다. 박 양의 부모가 이번 수상 소식을 접하고 직접 전화를 걸어 왔다. 류 교사는 “소연이가 힘들 때마다 어깨를 빌려주고 얘기를 들어주고 도와준 것뿐인데, 진심으로 고마워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뿌듯했다”며 “늘 학생들이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어른으로 자라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환한 웃음을 지었다.

김기윤 기자 cesc30@munhwa.com

* 문화일보 후원,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주최 ‘감사편지 쓰기’ 공모전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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