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재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국제법

또 우리 아이들이 희생됐다. 세월호가 가라앉은 지 채 5년도 되지 않았다. 사고 때마다 온 국민이 어린 학생들의 희생에 슬퍼했고, 비통함이 전국을 휘몰아쳤다. 인재, 안전불감증, 사고공화국이라는 비판은 매번 되돌아왔다. 큰 사고, 특히 어린 학생들이 희생될 때마다 되풀이되던 뼈저린 지적이 통렬한 반성으로 이어졌건만, 지적하던 손가락과 고개 숙이던 반성은 충분한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 이것이야말로 국가가 가장 큰 공을 들여 지켜야 하는 과제다. 그게 나라의 존재 이유요, 그렇게 하는 것이 정치다. 평화를 외치고, 복지를 드높이는 것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보장될 때 의미가 있다. 그게 아니라면 정치적 구호요, 붕당적 이념의 포장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 우리가 그런 상황에 놓여 있다. 지난 5년간 참사가 터질 때마다, 사고의 내용과 종류에 상관없이 세월호가 되살아나며 슬픔을 극대화해 왔다.

올해 4월 여러 지면의 사진은 ‘세월호를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제하에 묵념하고 있는 정치인들의 사진이 판박이처럼 실려 있었다. 잊지 않는 데 그친 건지, 반성하는 데서 멈춘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어떤 이는 세월호 사건은 상대를 찌르는 정치적 무기로만 썼지, 실질적으로 우리 사회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담론을 형성하는 데는 이르지 못했다고 했다. 구호와 애도의 마음은 넘쳐났지만, 실질적 조치를 마련하기에는 부족하고 미흡함을 벗어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런데도 정치인들은 다시 검은색 옷을 꺼내입고 장엄한 표정으로 송구하다고 앵무새처럼 되뇌고 있다. 저마다 국가 중대사를 논하는 애국자와 지사의 모습을 보이다가, 각자의 이념과 이상을 내세우며 끝없이 대치하고 싸우다가, 이런 슬픔을 당하면 하나같은 모습이 된다. 머리 숙이고, 애통해하는. 당연한 일임에도 국민의 마음을 끌어 담는 것 같지 않다. 이런 태도와 방법은 정말 끝을 내야 한다. 정치권이 관련 법을 강화하고, 행정기관을 닦달하며, 큰 목소리를 보태는 데 경쟁하듯 나서기보다, 차분히 돌아보고 원인을 찾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하나씩 문제를 짚어나가도록 감시하고 감독해야 한다. 우리는 선진국과 비교해서 훨씬 짧은 시간에 산업화를 이루고 경제적으로 성장해 왔다. 빠른 성장의 압축적 과정은 당연히 많은 문제점을 노정시키고, 큰 상처를 안고 올 수밖에 없었다. 강남 한가운데 자리 잡은 멋진 외관의 건물이 중앙 기둥부터 삭아 떨어져 나간 것이 그 단면이다. 겉은 화려하고 속은 텅 빈 일들이 우리 주변에 얼마나 더 있는지 점검해보아야 한다.

지금부터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아이들의 희생을 슬퍼하고 반성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정치적 지적과 일시적 긴장 유발에 멈춰서도 안 된다. 이는 정부와 정치권만의 일은 아니다. 구성원 모두가 합심해 사회 전반을 하나씩 점검하고 보완하는 일을 되풀이해야 한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는 약 2800m 길이로 1937년 완성됐고, 건설된 지 80년이 넘었지만, 아직 건재하다. 성수대교는 1200m가 채 되지 않지만, 지은 지 15년 만에 상판이 무너져 내렸다. 그 이유와 원인은 누구나 알고 있을 터인데, 제대로 행하지 않은 결과가 다시 어린 학생들의 희생으로 이어졌다. 사람이 없어서도, 돈이 없어서도 아니다. 우리 앞에 놓인 의제의 우선순위와 중요성을 다시 짚을 필요가 있다. 문제를 고치고 개선하는 일에 더해 예방과 사전에 주의를 기울이는 일은 뒤로 미룰 일이 아님은 자명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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