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1910년 작품 ‘말테의 수기’는 이렇게 시작한다. “그래 사람들은 살기 위해 이곳으로 온다지만 내 생각에는 이곳에서 사람들이 죽어가는 것 같다.” 덴마크 젊은 시인 말테가 바라본 파리에 대한 인상은 현대인들이 도시에 대해 갖는 느낌과 다르지 않다. 바쁘고, 번잡하고, 소음과 스트레스로 가득한 곳, 화려한 밤샘 파티가 이어지지만 많은 이들이 고독한 곳이다. 대도시가 급성장한 19세기 말 이후 도시에 대한 이런 이미지는 견고하게 뿌리를 내렸다.
독일 정신과 의사인 저자는 도시와 스트레스와의 상관관계에 초점을 맞춰 이 같은 도시 이미지의 진실을 파고든다. 목표하는 지점은 어떻게 하면 좋은 도시를 만들 수 있을까다. 모두가 도시를 ‘사회적 안테나를 세우고 우울증과 고독을 삼키며 버텨야 하는 전쟁터’로 생각하지만 많은 이들이 도시로 몰려들기 때문이다. 매년 인구 1000만 명 이상의 메가시티는 꾸준히 늘고, 유엔조사에 따르면 오는 2050년엔 세계 인구의 약 70%가 도시권에서 살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일은 분명하다. 불평할 것이 아니라 도시를 살기 좋고 건강한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다.
저자는 베를린, 파리, 도쿄, 상파울루 등 전 세계 대도시를 관찰하고 전문가들을 만나고 자료를 쌓아가며 도시와 사람, 관계, 속도, 소음, 교통, 건강, 고독, 우울 등을 다각적으로 분석한다.
그렇게 도달한 책의 결론은 상당히 근본적이다. “이상적인 도시는 이상적인 인간에 대한 상상이 바탕이다”는 결론이다. 공간을 인간적으로 꾸미고, 열린 공동체 마을을 만들고, 삶을 위한 건축을 해야 한다는 해결책이 아니라 많은 것이 사람들의 ‘이용성’, 즉 같은 공간도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공중에 붕 떠 있는 거대한 도시, 높이 치솟은 도시, 지붕이 덮여 있거나 물 위에 떠 있는 도시, 돔 모양의 도시 등 무엇을 상상해도 모두에게 완벽한 도시를 찾는 것은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사람에 따라 좋은 장소가 다르고, 한 사람에게조차 장소에 대한 감각은 상황에 따라 바뀌기 때문이다. 도시는 결국 우리 삶의 모양을 그대로 반영하니, 우리 삶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뜻이다. 삶이 바뀌면 건축이 달라지고 건축이 달라지면 그 속의 삶이 달라지고, 그러면 우리의 생각이 달라지는, 끝없이 이어진 연쇄 사슬, 그 작동의 시작을 우리에게서 찾는다.
저자는 말한다. “이상적인 도시란 우리를 늘 똑같은 존재로 머물게 만드는 빗장 공동체가 아니다. 다양한 사람들과 공유하며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타인과 타협하도록 우리를 자극하고 독려하는 구역, 블록, 거리가 바로 이상적인 도시의 모습이다. 날마다 새로이 도시의 번잡함 속으로 뛰어들어 불완전한 모든 것을 끊임없이 너그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일에는 분명 에너지가 요구된다. 하지만 그렇게 할 때만이 도시는 비로소 스트레스를 덜 주고 덜 서두르며, 도시의 일부가 되도록 우리를 받아줄 것이다.” 400쪽, 1만5800원.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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