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한 일본인 곤충학자가 있다. 대학원을 졸업하고 박사학위까지 받았는데 하필 전공이 ‘메뚜기’다. ‘메뚜기 박사’는 사실 일본에서는 별 쓸모가 없다. 우리에게도 그렇듯이, 일본에서 메뚜기란 있으나 없으나 존재감이 거의 없는 그저 하나의 곤충일 뿐이다. 범용성이 높은 학문 분야 전공자들도 ‘정규직’ 되기가 하늘에서 별 따기인 형편에 ‘메뚜기 박사’가 정규직 연구원 자리를 꿰차는 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나이 서른의 곤충학자가 짐을 싸서 아프리카의 작은 나라 모리타니로 떠난 건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모리타니에서는 대규모 메뚜기 떼가 수시로 출몰해 수확기의 농작물을 닥치는 대로 먹어치웠다. 그곳에서는 메뚜기란 흔전만전하고 매우 골치 아픈, 그래서 연구를 해야만 하는 존재였다. 그곳에서 마음껏 메뚜기를 연구할 수 있을 것이고, 연구 성과를 내면 기회도 잡을 수 있을 거라고 곤충학자는 믿었다. 이 책은 그렇게 메뚜기를 찾아 아프리카로 떠난 곤충학자가 그곳에서 겪었던 좌충우돌의 기록이다.
곤충학자가 품은 처음의 포부는 원대했다. 메뚜기 떼를 연구해 아프리카의 식량 문제를 단번에 해결하는 것은 물론이고 메뚜기에 관한 주목할 만한 논문을 발표해 학계의 주목을 받을 것이란 기대에 부풀었다. 일본 학술진흥회로부터 2년 기한의 지원을 받기로 하고 도착한 모리타니에서는 뜻밖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모리타니가 최악의 가뭄에 시달리는 와중에 메뚜기 떼가 홀연히 자취를 감춰버린 것. 연구비는 나날이 줄어드는데 이렇다 할 성과도 수입도 없이 하루하루가 지났다.
탈출구는 전혀 다른 쪽에서 열렸다. 연구를 계속하기 위해서는 ‘유명해지는 방법밖에 없다’고 판단한 곤충학자는 블로그에 닥치는 대로 메뚜기와 관련한 글을 올리고, 책을 썼으며 메뚜기 분장으로 인터넷 동영상 생중계를 했다. 이를 통해 학자로서의 진정성과 열정을 대중에게 보여주기로 한 것이다. ‘연구를 계속하고 싶다’는 일념 하나로 아프리카까지 날아간 ‘메뚜기 박사’의 모험담은 대중에게 감동을 줬다. 대중의 응원에 힘입어 그는 교토(京都)대학의 하쿠비 센터에 채용됐고 이어 국제농림수산업연구센터로 자리를 옮겨 그토록 원하던 정규직 연구원이 돼 일본과 모리타니를 오가며 사막 메뚜기를 연구하고 있다. 곤충학자의 기상천외한 모험담을 다루고 있지만, 이 책이 종래에 이야기하고자 하는 건 ‘열정’, 혹은 ‘꿈’을 추구하는 삶이 보여주는 감동이다. 427쪽, 1만6000원.
박경일 기자 parking@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