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현송(뒷줄 왼쪽 두 번째) 강서구청장이 서울 강서구 화곡동 솔뫼작은도서관에서 어린이들과 함께 손가락 하트를 만들며 웃고 있다. 강서구청 제공
- 생활영어 환경 조성나선 ‘강서 영어도서관’
영어원서 등 2만6400권 보유 하루 300~400명 꾸준한 발길 장르 아닌 수준별 분류 특색
장서 60~70% 오디오CD 제작 책 읽어주려는 학부모에 인기 시각장애인등 취약계층도 이용
뮤지컬 교실부터 실버영어까지 연령별 영어학습 프로그램 운영
“영어를 배우기만 하는 곳이 아니라 누구든 일상처럼 접근할 수 있는 곳이라 마음에 듭니다.”
서울 강서구 등촌1동에서 6살 배기 아이를 키우는 김연지(여·39) 씨는 햇수로 3년째 강서구의 ‘강서 영어도서관’을 이용하고 있다. 김 씨는 아이가 세 살 무렵부터 말을 하기 시작하자 영어도 조금씩 접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 영어를 배울 만한 곳을 알아보다 집과 가까운 곳에 강서 영어도서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김 씨는 도서뿐 아니라 교육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는 것을 알고 3∼4세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에 등록했다. 월 2만 원의 저렴한 수강료도 매력적이었지만, 언어 체계가 완성되지 않은 유아들이 종이접기와 같은 놀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영어를 접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프로그램이 마음에 들었다고 한다. 김 씨가 도서관에 가지 않는 날이면 아이가 먼저 도서관에 가자고 떼를 쓸 정도가 됐다. “3년 동안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고 도서관을 찾고 있어요. 아이가 정말 좋아하거든요.”
강서 영어도서관이 지난달 29일 서울 강서구 등촌동 등명초교 병설유치원에서 ‘찾아가는 글로벌 문화수업’을 진행하는 모습. 강서구청 제공
24일 강서구에 따르면 구립 도서관인 강서 영어도서관은 지난 2012년 12월 화곡4동 주민센터 건물 2층에 문을 연 뒤 올해로 운영 6년째를 맞았다. 주민센터의 한 개 층을 이용하는 작은 도서관이지만, 다양한 수준의 영어 원서와 영어 신문·잡지 등 2만6400여 권의 장서를 보유하고 있다. 구민뿐 아니라 서울시민, 서울에 재학·재직 중인 누구나 회원으로 가입하고 이용할 수 있어 다른 지역에서도 이곳을 찾는 시민이 많다. 규모도 작고 골목골목 이어지는 주택가 사이에 위치해 다소 찾아오기 어렵다는 불리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하루 평균 300∼400명이 꾸준히 도서관을 찾는데, 지역 주민과 다른 지역 주민의 비율이 7대3 정도다.
강서 영어도서관은 공교육을 보완하고 사교육비를 절감하는 한편 영어를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을 형성한다는 목표로 운영하면서 ‘명품 교육도시’ 도약에 힘쓰고 있다. 강서 영어도서관의 가장 큰 매력은 자료 구성의 수준과 전문성이 높다는 점이다. 사서 직원들이 모든 책을 꼼꼼히 읽어보고 직접 선별해 들여놓은 서가 목록은 다른 지역 도서관에서도 책 구매에 참고할 정도라고 한다. 책의 종류에 따라 서가를 분류한 일반 도서관과 달리 이용자들이 자신의 수준에 맞춰 책을 골라 읽을 수 있도록 수준별로 분류해 둔 점도 특징이다.
도서관은 이용자들이 책 속 문장을 정확하게 읽는 방법을 익힐 수 있게 하려고 교육을 받은 자원봉사자들을 활용해 원서를 읽고 녹음한 CD를 만들었다. 보유 장서의 60∼70%는 오디오 CD가 이미 제작돼 있으며 점차 확대해갈 계획이다. 오디오 CD는 어린아이들에게 일일이 동화책을 읽어주어야 하는 학부모들에게도 인기가 좋다. 시각장애인이나 노안, 독서 장애를 겪는 취약계층 이용자들도 이를 통해 책을 읽을 수 있다.
영어 독서능력을 스스로 진단하고 점검할 수 있는 독서레벨 진단(SR·Star Reading) 프로그램과 독서퀴즈 및 학습관리(AR·Accelerated Reader) 프로그램을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점도 특징이다. AR·SR 프로그램은 아이들에게 책을 고르고, 다루고, 읽는 습관을 자연스럽게 가르쳐 주기 때문에 영어를 배우는 데에 큰 도움이 되지만, 일반 영어학원에서는 한 달 이용료만 10만∼12만 원에 달하는 고가로 운영된다. 강서 영어도서관에서는 2만 원만 내면 6개월간 이용할 수 있어 신청 경쟁이 치열하다.
영·유아부터 어르신까지 모든 연령대의 학습자들이 영어를 자신의 수준에 맞춰 저렴하게 배울 수 있도록 영어 학습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운영하면서 ‘도서관’과 ‘교육 기관’의 역할을 병행하고 있다. 교육 프로그램은 분기별로 운영되며 도서관 홈페이지에서 사전 신청을 받는데 매번 경쟁이 치열하다고 한다. 내년 1분기에는 성인 프로그램으로 ‘왕초보 실버 영어’ ‘성인 영어 기초’ ‘성인 영어회화’ 등이 마련됐다. 어린이 프로그램은 영어 뮤지컬 교실과 독서 수업, 영·유아 대상 프로그램, 초등학교 저학년 대상 초급 영어 수업, 기초 중국어 등을 운영할 예정이다. 수강료는 4만5000∼6만 원 정도다.
어린이 대상 프로그램뿐 아니라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도 인기가 좋다. 특히 원어민 강사가 진행하는 회화 수업은 수준별로 두 개의 강의가 개설되는데 30대에서 70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학생들이 수업에 참여해 자유롭게 대화를 나눈다고 한다. 강서 영어유치원의 원어민 강사인 라파엘 캠벨(43) 씨는 “학생들과 벌써 2, 3년째 함께하고 있다”며 “학생들이 처음에는 어려워하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영어를 쓰려고 노력해 실력이 빠르게 향상되는 모습을 보며 나도 자극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특색 덕분에 도서관에서 이용자를 대상으로 벌이는 만족도 조사에서 이용자의 절반 이상은 프로그램 및 도서의 질과 사교육비 절감, 자녀 학습 도움 등의 측면에서 대단히 만족하고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서 영어도서관은 지역사회의 경쟁력 향상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역 내 학교 등을 직접 찾아가 스토리 텔링 교육 등을 지도하는 지역 밀착 아웃 리치 서비스 ‘책 마실’을 운영 중이다. 지역 내 학교에 영어 독서지도 자료를 배포하거나 진로 멘토링·문화 다양성 강사를 파견하는 등 공교육 지원사업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강서 영어도서관은 내년에 △마을로 직접 찾아가는 바깥놀이 △엄마들의 조물딱교실 등 생활 밀착형 프로그램을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