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격자들Ⅱ +’출간

책 ‘취재현장의 목격자들Ⅱ +’(청미디어·사진)은 국내 원로기자 28명의 비화를 담고 있다. ‘명기자, 명데스크 못다한 뒷이야기’라는 부제가 말해주듯 방송사와 신문사의 현직 언론인으로 있을 때 뛰어난 활약을 펼쳤던 이들이 당시 기사로는 담지 못했던 뒷이야기들을 소개하고 있다.

책을 발간한 대한언론인회 이병대 회장은 “28편의 뒷이야기들은 하나같이 독자들로 하여금 옛 그 시절로 타임머신을 타고 되돌아가 향수를 느끼게 해 주고 그때 그 현장의 사실을 다시금 확인시켜 주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 회장의 말처럼 각 편의 제목만 봐도 한국 현대사의 중요한 장면들을 쉽게 상기할 수 있다. ‘4·19에서 언론 통폐합까지’(봉두완) ,‘젊은 기자가 본 5·16’(이상우), ‘88서울올림픽과 2002한일월드컵의 뜨거웠던 추억’(정중헌), ‘모스크바에서 본 30년 전 한-소 수교의 일화들’(이정식) 등.

이들 원로 기자들이 현장에서 맹활약하던 때는 우리나라가 가난을 벗기 위해 경제 개발에 힘쓰던 시기와 대체로 겹친다. 이들의 글은 그 시절의 사회 분위기를 오롯이 전하고 있어서 사료로서의 가치가 충분하다. 정치권력의 독재와 이에 맞서는 야당 지도자들의 활동을 현장에서 지켜본 원로들의 글은 현대 정치사에 대한 생생한 증언이기도 하다.

특히 정치권력의 언론 통제에 대해 신문·방송사와 현장 기자들이 어떻게 대응했는지도 기록하고 있어 한국 언론사의 아픈 부분을 치유해주는 효과도 거두고 있다. 예를 들어, 김성우 전 한국일보 주필은 5공 시대에 편집국장을 했던 경험을 세세히 회고하며 이렇게 말한다. “5공 치하의 언론에 대해서는 독자들의 질타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당시 재갈 물린 입으로 외친 신문의 목쉰 함성을 과소평가하지는 못한다. 날이면 날마다 참으로 눈물겨운 몸부림이었다. 같은 참호의 편집국장 전우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우리는 밀려나면 다시 밀려오는 파도처럼 싸웠다.”

옛 기자들의 과거 회고이지만, 오늘을 돌아보는 성찰의 계기도 마련한다. 유자효 전 SBS 보도제작국장이 1988년 폴란드 자유노조 지도자 레흐 바웬사를 만났던 체험을 쓴 글이 한 보기다. 바웬사는 당시 강력한 파워를 지닌 노조를 이끌면서도 노조원만큼 기업주도 중요하다며 합리적인 조건을 내세우고 폭력이 아닌 정당한 방법으로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로 기자들의 글에 공통적으로 흐르는 정서는 그리움이다. 사람끼리 서로 몸을 부대끼며 정을 나눴던 시절을 소중하게 껴안고 싶어 한다. 송정숙(전 보사부장관) 전 서울신문 문화부장은 기사를 쓰는 편집국 기자들과 납 활자를 다루는 공무국 문선(文選) 직원들과의 우정을 술회한 끝에 이렇게 썼다. “요즘 사람들에게는 우리의 정서에 쌓아진 이 사람 냄새의 퇴적층쯤은 오랜 항해 끝에 배 밑에 기생하는 갑각류나 해조류처럼 씻어버려야 할 것으로 보고, 웃기고 보잘것없는 고물이라고 여기겠지만 이 보물단지 같은 기억의 시절을 그들이 어찌 알겠는가. 그들이 헤엄치는 현란한 바다를 바라보며 그 기슭에 새겨진 낡은 이정표처럼 서 있는 우리에게는 그래도 이 퇴적층의 가치가 매우 소중하다.”

장재선 기자 jeijei@
장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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