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바지오(Caravaggio), 예수의 탄생을 지켜보는 성 로렌조와 성 프란체스코, 유화 268×197㎝, 소재 미상, 1609.
카라바지오(Caravaggio), 예수의 탄생을 지켜보는 성 로렌조와 성 프란체스코, 유화 268×197㎝, 소재 미상, 1609.
‘인간모습 예수’ 400년前 파격
1969년 도난… 지금까지 수사


연말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시청 앞에 트리가 세워지고 교회는 물론 사찰에도 ‘예수탄생’을 축하하는 장식물들이 들어섰다. 신자들에게는 성탄절이 기쁘고 즐거운 일이고 일반 시민들에게는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한 해를 설계하는 계기로서 또한 유의미한 시간이다. 하지만 안타깝고 불길하면서도 속상한 소식들이 유난히 더 많이 전해지는 듯해 마냥 연말을, 성탄절을 즐기기에는 글쎄 선뜻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까지 올해의 안타까운 사건·사고와 기억들에 매몰될 수는 없는 일, 내일을 새롭게 마음속에서나마 그려볼 일이다.

사실 서양의 미술사에서 예수 탄생은 모든 그림의 시작이자 끝이나 다름없다. 땅으로 내려왔다지만 예수 탄생은 언제나 성스럽고 신비로운 모습으로 보통사람들과는 다르게 그려졌다. 하지만 이렇게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땅으로 내려온 예수를 세속으로, 진정으로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 속으로 걸어들어오게 한 이가 있다. 매우 극적인 명암법으로 역동적인 화면을 구사하는 키아로스쿠로(Chiaroscuro) 기법으로 르네상스 시대를 종식시키고 바로크 시대를 견인한 화가 카라바지오(Caravaggio·1593~1610)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예배의 대상이었던 예수를 인간의 모습으로 그려낸 당시로서는 매우 불경스러운 화가였다. 하지만 그는 그림을 단순하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보는 사람이 마치 그곳에 있는 것처럼 관찰자가 아닌 목격자로 만들어 공범(?)이 되게 하는, 생동감 넘치는 회화를 완성했다. 그리고 이런 그의 대표적인 작품 중 하나가 ‘성 프란체스코와 성 로렌조가 함께 있는 예수탄생’(1609)이다. 원래 예수 탄생에는 동방박사가 함께하는데 이 작품에서는 아시시의 성인 성 프란체스코(1182~1236)와 성 로렌조(225~258)가 마굿간에서 탄생하는 예수와 함께한다. 성모는 매우 소박하고 평범한 여성으로, 아기 예수도 별반 다를 것 없는 보통사람으로, 두 성인은 물론 주변 두 사람도 지체 높은 사람이 아닌 서민의 모습이다. 그는 이렇게 성화에도 보통사람들을 등장시켜 그들이 그림의 주인공인 성모자와 함께 주인공이 되는 파격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이 그림은 이탈리아 시칠리아의 주도 팔레르모에 있는 성 로렌조 기도소(Oratorio di San Lorenzo)에 봉헌됐지만 1969년 감쪽같이 도난당했다. 그 후 미 연방수사국(FBI)은 미술품 도난사건 중 중요한 상위 10위 목록에 이를 올렸다. 워낙 큰 작품이라 두 명의 도둑이 훔쳐갔을 것이란 추측과 함께 지금까지 수사를 계속하고 있는데 최근 이 작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란 소식이 전해졌다. 사실 도난사건 후 마피아 관련설이 또 돌았고, 1980년 이르피니아 지진으로 숨겨놓은 그림이 파손됐다는 소문이, 1996년에는 마피아의 고위간부가 사주해 마피아 두목들의 손에 들어갔다는 진술도 있었다. 또 1999년에는 농가에 숨겨놓은 그림을 쥐들이 망가뜨렸다는 설도 나왔지만 2009년 다른 미술품 관련 수사와 재판과정에서 이 작품이 여전히 건재할 것이라는 단서를 발견했다. 이후 미궁에 빠졌던 그림에 대한 수사가 재개되면서 최근에는 스위스에 있을 것이란 소식도 전해졌지만 수사상 보안 때문에 국가기밀로 취급하고 있어 더 이상의 소식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정준모 큐레이터·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
정준모 큐레이터·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
극적인 그림을 그렸고 도난당한 그림까지 극적인 반전을 거듭하면서 그의 명성을 더해주고 있는데 사실 카라바지오는 이보다 더 극적인 삶을 살았다. 도박과 술, 살인 등으로 수없이 감옥에 드나들었고 다시 살인사건에 연루돼 도망자 신세로 나폴리, 몰타, 시칠리아 섬을 떠돌며 그림을 그리다 39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2016년 복제품이 제작돼 다시 설치됐지만 이는 임시방편일 뿐이다. 세상 속 예수를 그린 이 작품도 제자리에 돌아와야겠지만 탐욕으로 인해 많은 것이 비틀려 있는 세상도 제자리로 돌아오게 해달라는 인간적이며 간절한 기도를 올려본다.

큐레이터·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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