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권(特權)과 반칙 없는 세상은 노무현·문재인 정권의 캐치프레이즈다. 두 대통령 모두의 취임사에도 나온다. 그런데 ‘노무현의 마지막 호위무사’로 불렸고, ‘김경수 지사보다 문 대통령과 더 가깝다’는 얘기도 듣는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난 주말 행태는 그 구호가 얼마나 위선(僞善)인지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김 의원이 이제 겨우 반 년 된 ‘초보 국회의원’인데다, 지난 6월 13일 김 지사 사퇴 선거구의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뒤 일성으로 “특권과 반칙 없는 의정 생활을 하겠다”고 약속했기에 더 충격적이다.
양측의 주장에 다소 차이가 있지만, 전반적으로 심각한 갑질임은 분명해 보인다. 김 의원은 지난 20일 오후 김포공항 출발장에서 신분증을 꺼내 보여 달라는 보안요원에게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의원이라고 밝히며 “근거 규정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규정을 들먹일 것도 없이 공항 보안요원의 보안 검색엔 그보다 더 심각한 요구를 하더라도 응하는 게 상식이다. 그런데 국회의원 신분이고, 특히 공항공사를 관할하는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임을 과시했다. 김 의원은 “이 XX들이 똑바로 근무 안 서네”라는 욕설과 “비행기 안 타” “책임자 나와” 등 고압적 발언도 있었다고 한다. 휴대전화로 보안요원 2명과 팀장 1명의 얼굴 사진까지 찍었다고 한다. 갑질도 넘어 ‘협박으로 권리행사를 방해하는 죄’(형법 제324조)에 해당될 수도 있을 지경이다.
거짓 해명과 적반하장의 뒤집어씌우기 의혹까지 비친다. 김 의원은 지난 22일 입장문을 통해 “욕설은 명백한 거짓”이라면서 “오히려 공항직원들 갑질을 시민을 대표해 항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올 초 취업한 ‘청년 보안요원’은 “공항직원인 내가 의원에게 갑질할 바보가 아니다”고 재반박하고 “CCTV만 확인하면 다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륙 직전 손창완 한국공항공사 사장과 통화해 진상 조사를 요구했다고 한다. 손 사장은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했다 낙선한 뒤 불과 1주일 전에 ‘낙하산’ 논란 속에 취임한 사람이다. 공항공사 측은 김 의원 사무실로 찾아가 보좌관들에게 ‘설명’했다. 이런 사람들을 내치지 않으면 문 정권은 특권과 반칙 없는 세상을 입에 담을 자격조차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