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춘천시청 비서실 근무 정길만 씨
장애인 일자리사업에 지원
2년간 춘천市서 업무 익혀
경력시험 거쳐 당당히 합격
현장 투입뒤 능력 인정받아
함께 일하는 직원들도 호평
“평소 장애인이라고 못 느껴
일 잘하는 분위기 메이커”
일자리가 화두인 시대다. 공공 영역 근무는 ‘꿈의 직장’ ‘신의 직장’으로 불릴 정도로 선망의 대상이다. 공공 영역은 특히 고용 안정성은 물론, 일과 생활의 균형을 유지하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이 가능한 곳으로 꼽힌다. 올해 우리 사회를 강타한 이슈 중에도 공공기관 채용 불공정이 자리하고 있다. 많은 국민이 분개한 이유도 공공기관은 누구나 선망하는 곳이라는 시대 분위기가 투영돼 있다. 공공 기관의 역할은 ‘좋은 일자리’에만 머물지 않는다. 우선 정부가 전격적으로 시행하는 각종 고용 복지 정책의 테스트베드다. 또 공공 영역에서부터 선진 고용 복지 정책이 시작돼 정착되면 민간기관으로 확산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핵심이 곧 공공기관이기도 하다. 우리 사회 약자인 장애인에 대한 관심도 공적 영역에서 가장 먼저 출발한다. 장애인 시설은 물론, 고용과 배려 등을 통해 사회화를 지원하고 민간으로의 확산을 응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일보는 보건복지부·한국장애인개발원과 함께 공공 영역에서 선도적으로 장애인 일자리를 개발하고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현장을 4회에 걸쳐 소개한다.
“장애인이 일자리를 찾는다는 게 쉽겠습니까? 일자리를 찾은 게 너무 좋습니다. 춘천시의 채용환경이 개선돼 더 많은 일자리가 생겼으면 소원이 없겠어요.”
지난 19일 강원 춘천시 시청길 춘천시청 비서실에서 만난 정길만(25) 씨는 환하게 웃으며 이같이 말했다. 비서실에서 이재수 시장의 연설문을 정리하던 정 씨는 지난 10월 경력경쟁임용시험을 통해 채용됐다. 춘천시청에서 장애인을 대상으로 특정 경력이 있는 일자리를 정식 공고했는데 정 씨가 당당히 합격했다.
정 씨는 자폐성 장애가 있지만 컴퓨터활용능력 2급 자격증을 취득한 ‘컴퓨터 도사’다. 각종 컴퓨터 작업에 능숙하다. 이날도 최근 시장의 대외연설 녹취본을 컴퓨터로 정리하고 있었다. 명함을 엑셀로 분류하는 작업 역시 손쉽게 해냈다. 정 씨의 직속상관인 이정오 비서실장은 “민원인 안내, 문서수발 업무, 시장님 연설정리 등 본인이 맡은 부분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다 한다”며 “너무 자연스러워서 지시하는 입장에선 사실 장애인이라는 점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치켜세웠다.
정 씨는 보건복지부의 장애인 일자리사업을 통해 경력을 쌓았던 점이 이런 업무를 처리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2015년부터 2년간 정부의 장애인 일자리사업을 통해 춘천시 경로장애인과에서 행정도우미로 근무했다. 2017년에는 춘천도시공사 장애인스포츠센터에서도 업무를 배웠다. 장애인 일자리사업은 정부가 미취업 장애인에게 소득보장과 사회참여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 등과 함께 직접 일자리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참여자의 인건비는 국비(서울 30%, 지방 50%)와 지방비의 매칭 예산으로 지원한다. 일자리 업무를 보면 시·군·구청이나 주민센터, 복지관 등에서 행정업무를 보조하는 일반형 일자리, 복지관이나 학교에서 급식과 사서를 보조하는 복지 일자리가 있다. 노인전문병원 등에서 요양보호사를 보조하는 발달장애인 요양보호사 보조, 경로당 등에서 전문 안마서비스를 제공하는 시각장애인 안마사 파견 등의 특화형 일자리도 있다. 장애인 일자리사업의 궁극적인 목적은 공공형 일자리 제공을 통한 장애인의 사회 참여기회 확대다.
정 씨는 정부의 일반형 일자리 사업을 통해 행정 업무를 익혔다. 그때 배운 내용은 지금 업무에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정 씨는 “장애인 일자리 사업에서 직원들과 친해지는 법도 배우면서 사회성을 기르고, 각종 행정 업무도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물론 행정업무 경력은 업무에 큰 도움이 됐지만, 입사 과정에서 춘천시에 근무했다고 해서 얻은 ‘특혜’는 없다. 이 비서실장은 “완전 공개경쟁 절차를 거친 공식 입사”라고 말했다. 그만큼 현장에서 업무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실제 시청 인사과에서도 평가가 좋다. 정미숙 춘천시 인사과 팀장은 “무엇이든 가르쳐 주면 열심히 하고 인사성도 밝아 주변 분위기까지 달라진다”며 “그동안 접하지 못해서 느끼지 못했는데, 장애인은 단지 이해가 조금 늦을 뿐인데도 (일을 못한다는) 선입견이 심했다”고 털어놨다. 정 팀장은 “가까이서 함께 일하면서 장애인을 이해하는 좋은 기회가 되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손미현 장애인개발원 일자리개발팀장은 “일자리 사업은 참여자뿐 아니라 수행기관의 비장애인에 대한 인식개선에도 큰 도움이 된다”며 “올해 장애인 일자리사업에 약 1만7000여 명이 지원했는데, 내년에는 2만 명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런 인식 개선 배경에는 정부와 지자체 예산을 투입해 장애인 일자리 사업을 단순히 수행하는 기관에서 머물지 않고 장애인을 정식 직원으로 공개 채용한 춘천시의 역할이 크다. 춘천시에선 장애인 일자리사업 외에 정식으로 채용해 근무하고 있는 장애인이 정 씨를 포함해 49명에 달한다. 공공기관의 장애인 의무고용 비율은 3.2%이지만, 춘천시는 현재 3.8%로 비율을 넘었다. 채용도 더 늘릴 예정이다. 정 팀장은 “시에서 채용 가능하거나 시의 지원·지도로 장애인을 채용할 수 있는 사업체 구성과 일반회사 채용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 씨는 시간선택제 임기제 ‘마’급 2년 계약직이다. 지속 연장이 가능하다. 주 35시간 근무로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5시에 퇴근한다. 어엿한 일자리를 얻게 되면서 더 이상 일자리 고민을 하지 않고 있다. 그 덕분에 자유롭게 여가생활도 즐긴다. 게임 방송을 즐겨보며, 여성 아이돌 그룹을 좋아하는 영락없는 젊은 세대다. 최근엔 여행계획도 세우고 있다. 정 씨는 “얼마 전에 일본 도쿄(東京)에 간 적이 있었는데, 너무 좋았다”며 “돈을 더 모아서 내년엔 동남아 여행을 생각하고 있는데, 기회가 된다면 언젠가는 유럽에도 한 번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일자리 사업을 통해 직업 훈련을 하고 있는 장애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도 많았다. “모두 많은 경험을 쌓으면 할 수 있어요. 함께 일하고 싶습니다.” 장애인이나 비장애인이나 경험과 능력, 사회적 배려에 따라 일자리를 나누자는 의미로 들렸다.
춘천 =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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