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제발 좀 찾아가라” 안내문
일정시간 지나면 원래 계좌 입금


서울 중구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A(30) 씨는 최근 현금 30만 원을 급하게 쓸 일이 생겨 회사 근처 현금인출기(ATM)를 찾았다. 5만 원권 6장을 찾은 A 씨는 그러나 현금은 투입구에 그대로 둔 채 체크카드만 챙겨 자리를 떴다. 돈을 챙기지 않았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된 A 씨는 황급히 ATM으로 돌아갔는데 이미 투입구는 닫힌 뒤였다. 은행 창구로 찾아간 A 씨는 일정 시간 현금을 가져가지 않을 땐 다시 원래 계좌로 입금된다는 사실을 알고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A 씨와 같이 ATM에서 예금 인출 뒤 돈을 챙기지 않는 ‘깜빡’ 고객들 때문에 은행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강남지역에서 근무하는 은행원 오모(여·28) 씨는 “생각보다 많은 고객이 돈을 챙기지 않고 ATM을 떠나는 일이 잦다”며 “‘제발 돈 좀 찾아가라’는 이상한 안내문을 써놔야 할 판”이라고 하소연했다.

‘깜빡’ 고객의 실수는 범죄로도 이어진다. 이달 초 광진구 구의역 근처 ATM에서 5만 원권 1장을 뽑은 박모(51) 씨는 바로 옆 ATM에서 알람 소리가 나자 눈을 돌렸다. ATM엔 5만 원권 4장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박 씨는 20만 원을 자신의 주머니에 넣은 뒤 달아났다. 이후 은행의 신고를 받고 수사에 나선 경찰은 CCTV에 찍힌 영상을 보고 박 씨를 붙잡았다.

박 씨는 “경찰이 오기 전까지는 은행에서 20만 원을 결손처리 할 줄 알았다”며 “죄가 되는지 몰랐다”고 말했다. 박 씨는 돈을 은행에 돌려줬다.

ATM을 찾는 고객들은 귀중품 관리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남대문경찰서는 최근 중구 남대문시장 근처 ATM에 놓인 지갑을 훔친 혐의로 이모(71) 씨를 검거했다. 지갑엔 현금 15만2000원과 신용카드가 들어있었고 지갑도 10만 원 상당의 제품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ATM은 전통적으로 범죄의 표적이 되기 쉬운 공간”이라며 “아무리 바쁘더라도 귀중품은 물론 뽑은 돈도 꼭 챙기는 침착함이 필요하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손우성·나주예 기자 applepi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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