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장 판도 바꾼 ‘삼성TV’

“시기상조” 우려 속 양산화
4K 최상위보다 많이 팔려
기세 몰아 美 진출 본격화
“OLED에 내 준 시장 탈환”


지난해 7월 경기 수원사업장 ‘R4’에서 열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 고위임원 워크숍. 상품기획과 개발 등 VD 사업부 팀장급 이상 임원들이 모두 모인 회의실에서는 격론이 오갔다. 8K TV 양산 여부를 두고서다. 4K TV 중심시장에서 초고화질(UHD) TV도 제대로 보급되지 않았던 시기였다. 대부분 임원은 시기상조라며 고개를 내저었다. ‘2018년 8월 양산’이란 결단을 내린 이는 당시 개발팀장이었던 한종희(사진) VD 사업부장(사장). TV 대형화란 거스를 수 없는 대세 속에서 8K 이상 해상도는 필수라는 게 한 사장의 판단이었다.

삼성전자가 지난 9월 세계 최초로 출시한 8K TV가 시장 판도를 뒤바꾸고 있다. 8K TV는 현재 프리미엄 대형 TV 표준인 UHD TV보다 네 배 선명한 ‘차세대 TV’다. 전 세계 TV 시장 경쟁의 축이 4K에서 8K로 바뀌면서 내년 시장 화두도 먼저 장악했다. 시제품만 내놓았던 샤프와 LG전자를 비롯해 TCL 등 중국 업체들도 8K TV 시장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8K TV는 여러 우려를 딛고 빠르게 자리 잡았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11월 한 달간 삼성전자 ‘QLED 8K’는 4K TV 최상위 제품 ‘Q9’보다 1.3배 많이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제품은 지난 10월 유럽과 한국에 사전 판매될 때 애초 목표량을 약 2배 초과 달성한 바 있다. 이 같은 기세를 몰아 삼성전자는 내년 초 8K TV를 북미 등 글로벌 시장에 본격 출시한다. 또 내년 초 열리는 소비자가전쇼(CES)에서 98인치 8K TV도 공개한다.

이는 한 사장이 지난 2014년 초 개발팀장을 맡은 후 4년 이상 공들인 결과물이다. 한 사장은 최근 성장판이 닫힌 TV 시장에서 승부수로 ‘초 대형화’와 ‘초 고화질’을 택했다. 한 사장은 “2015년 이후 TV 판매 수량은 떨어진 반면 TV 크기는 10% 이상 늘어나는 등 TV 대형화 추세가 뚜렷하다”고 설명했다. 8K TV 전체 판매량의 70% 이상은 75인치 이상 대형 제품이 도맡고 있다. 이는 65인치가 주축이 될 것이라는 삼성전자 내부 예측도 뒤엎은 것이다.

한 사장은 “도전하는 프론티어가 시장을 개척한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며 “퍼스트 무버 전략으로 기술 리더십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8K TV를 앞세워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진영에 지난 몇 년간 내줬던 시장도 되찾아오겠다는 전략이다.

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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