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아동과 결연 후원 이어가
초록우산재단에도 7년째 기부
31년전 어르신돕기‘나눔 첫발’
1년에 2번씩 소외층에 쌀 기탁
“여유 많다고 기부하는건 아냐
나누면 더 좋으니 계속 하게돼”
“제가 말주변이 좀 없어요. 굳이 얘기하자면, 나눔은 하면 할수록 행복해진다고 할까요? 사업을 지속하는 한 멈추지 않겠다는 게 저 스스로와의 약속이기도 합니다.” 고향인 제주를 평생 떠나지 않고 작은 사업을 하면서도 주위에 끊임없이 ‘나눔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이가 있다. 오랜 경기침체와 함께 ‘기부포비아’가 가시지 않은 상황을 고려하면, 나눔과 기부활동은 더 돋보인다.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민속마을에서 특산품 판매점인 ‘몰고랑’을 운영하는 강옥선(여·59) 대표의 얘기다. 그는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베풂이 주는 의미와 앞으로의 계획을 이처럼 간단명료하면서도 ‘결연’함을 실어 전했다.
강 대표가 현재의 사업을 시작한 건 1987년, 벌써 31년째다. 몰고랑은 ‘말이 이끄는 방아’라는 의미의 제주 방언이다.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태흥리 바닷가에서 태어나 유년을 보내고 60이 되도록 한 번도 제주를 떠난 적 없는 그의 제주 사랑을 엿볼 수 있는 상호다. 그는 “제주가 좋아 그냥 머물렀고 떠날 이유도 갈 곳도 없었다”며 웃음을 지었다. 제주에서 가장 좋은 점을 꼽아 달라고 했더니 “가끔 일이 있어 육지에 나가는데 아는 이가 없다. 하지만 여기는 다르다. 고개와 등만 돌려도 아는 이가, 가까운 이들이 있어 좋다”고 했다. 제주에 평생 천착해온 그에게 몰고랑은 제주와 이웃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물질적 원천인 셈이다.
“어렸을 때 어머니는 해녀로 일하고 농사까지 지으면서 저와 오빠를 키웠어요. 남을 도울 정도의 여유가 있는 삶은 아니었지만, 어머니의 근면함과 성실하신 모습은 제가 지금 사업을 하고 다른 이에게 작지만, 정성을 기울이는데 적지 않은 가르침, ‘거울’이 되셨죠.”
이런 생각을 하고 있던 강 대표는 사업을 시작하면서 약간의 여유가 생길 때부터 나눔에 나섰다. 처음엔 ‘사업하는 곳이 유년시절을 보낸 곳도 아닌데 오랫동안 이 지역을 지키고 계신 어르신들에게 나눔을 통해 돌려드리는 게 옳은 일이 아닌가’라고 생각한 게 동기가 됐다. 그래서 경로잔치를 열거나 제주의 다른 관광지를 일주하는 효도관광을 제공했다. 그때 즐거워하고 고맙다며 강 대표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던 어르신들의 얼굴을 보며 자신의 결심이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이 섰다. 기부를 계속 이어간 배경이다.
2010년부터는 동네를 떠나 사업장이 자리한 표선면의 모든 소외 계층을 위해 1년에 두 번씩 5, 12월에 각각 사랑을 담은 쌀 500포(시가 1000만 원 상당)를 맡기고 있다. 지역주민들 덕분에 사업장이 비교적 순탄하게 운영되고 있는 데 따른 감사의 뜻과 함께 저소득 가구에 혹여 식량이 떨어져 근심하는 이들이 있을까, 우려하는 마음을 함께 담았다. 2011년에는 서귀포시 발전기금으로 1000만 원을 기탁했고, 제주·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전화투표를 통해 500만 원을 맡겼다.
2013년부터는 노인뿐만 아니라 제주의 어려운 아이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제주지역 봉사단체인 제주사랑연합에 가입해 이사로 활동하면서 매년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주지역본부와 함께 의미 있는 행사를 여는 데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지역사회 소외아동 및 백혈병 소아암 환아를 돕기 위한 ‘러브콘서트’를 여는 데 힘을 싣는다. 이 콘서트는 지난 11월 20일까지 13번 열렸다. 지난해에는 콘서트 수익금으로 164명의 아이에게 7000만 원을 지원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도 별도로 7년째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2011년 우연히 TV에서 소외이웃을 위한 기부프로그램을 접한 게 계기가 됐다. 재단에 후원한 금액만도 5700만 원이 넘는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열심히 생활하는 아이들을 보니 저도 도움을 줄 수 있겠다, 도움이 꼭 필요한 이들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국내 최대 아동복지기관으로, 아이들에게 밝은 내일을 선물해주자는 재단과 동행을 같이 하자고 마음을 굳혔죠. 재단에 후원하면서 마음으로 키운 자녀가 3명이나 있을 정도니 애착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결연 후원을 맺었던 아이들이 바른길로 성장해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인재가 되고 다시 다른 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지요.”
강 대표의 선한 마음은 본인의 의도와는 달리 알음알음 지역사회에 널리 알려졌다. 지난해에는 조선 시대 제주 출신 거상(巨商)으로, 구호사업을 펼친 김만덕(1739∼1812)의 나눔 정신을 기리기 위한 제38회 만덕제에서 ‘김만덕 상 경제인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 100일을 갓 지나 이제 32살이 된 딸도 강 대표의 기부를 뿌듯해하고 존경스러운 마음을 표하는 지지자다.
“기부와 나눔에 대한 사회 일반의 관심이 낮아졌다고 해요. 그래도 지역사회 많은 이들이 자신의 행복을 위해 따뜻한 정을 베풀어 줬으면 싶네요. 기부는 받는 이도 좋겠지만, 제가 해보니 할 수 있을 때가 더 좋다는 평범하면서도 단순한 가치를 더 깨닫게 됩니다. 스스로 느끼는 감정이 좋은 거죠. 여유가 많아서 하는 건 아니지만 이렇게 할 수 있을 때가 참 좋은 거 같아요. 그래서 사업을 계속하는 한 나눔을 실천하겠다고 다짐을 하게 됐죠.”
이민종 기자 horiz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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