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세 오브래디 1500㎞ 완주
매일 170㎏ 짐 끌며 54일 만에
“내 안의 악마와 힘든 전투 치러”


젊은 미국인 탐험가 콜린 오브래디(33·사진)가 강추위와 고독 등 숱한 난관을 이겨내고 세계 최초로 혼자 남극 횡단에 성공한 첫 인물이 됐다. 누구의 도움도 없이 매일 170㎏의 짐을 끈 지 54일 만에 달성한 업적이다.

26일 뉴욕타임스(NYT), BBC 등에 따르면 오브래디는 이날 32시간 동안의 무수면 강행군 끝에 총 932마일(약 1500㎞)에 달하는 남극대륙 횡단을 완주했다. 아무 지원도 받지 않은 채 54일 만에 나 홀로 남극 횡단에 성공한 오브래디는 “모르겠지만, 무언가 나를 넘어섰다”는 소감을 내놓았다. 오브래디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마지막 횡단 여정에 대해 “지난 32시간 동안 시간이라는 깊은 흐름 속에 갇혀 있다고 느꼈다. 완주할 때까지 그 어떤 음악도 듣지 않은 채 그저 그 속에 있었다”며 “횡단 프로젝트를 끝내는 심오했고, 아름다웠으며, 놀라운 방법이었다”고 떠올렸다. 오브래디의 남극 횡단은 매일 12시간 넘게 170㎏에 달하는 짐 썰매를 끄는 고행의 길이었다. 2008년 태국 여행 중 신체 25%에 화상을 입어 ‘다시는 걸을 수 없다’는 진단을 받았던 몸이었다. 횡단 47일째 오브래디는 BBC와의 위성 전화 인터뷰에서 “피곤합니다. 지쳤어요. 하지만 나는 꾸준히, 매일 앞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고 털어놓았다. 이날은 그가 인스타그램에 기록한 ‘최악의 날’이었다. 당시 오브래디는 “내 안의 악마와 힘든 전투를 치렀다”며 “지난밤, 바깥에서 점차 커져 가는 거대한 바람 폭풍 소리를 들은 이후 내 안에 걱정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고 적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세계 7대륙 최고봉 등정에 성공하고 철인 3종경기에 출전했던 정신력이 있었다. 체력 소모가 심하다 보니 살도 눈에 띄게 빠져 차고 있던 손목시계가 저항 없이 흘러내려 버릴 정도였다. 그는 BBC에 “세상에서 가장 춥고 힘든 곳에서 매일 170㎏ 정도의 썰매를 12~13시간 동안 끌었다. 옷을 벗은 내 몸을 보기가 무섭다”고 했다.

오브래디가 첫 횡단자가 됐지만 영국 육군 대위 루이스 러드(49) 역시 나 홀로 남극 횡단에 도전 중이다. 러드 대위는 지난달 3일 오브래디와 함께 횡단을 시작했다. 2년 전 같은 여정에 올랐다 숨진 친구이자 전 영국 육군 장교인 헨리 워슬리를 추모하기 위해서다. 당시 워슬리는 목표지점을 불과 48㎞ 남긴 상태에서 숨졌다.

김현아 기자 kimhaha@munhwa.com
김현아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