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안호 前 합참 전략부장 해군 예비역 소장

지난 20일 동해에서 북한 어선을 구조하던 한국 함정의 일본 해상초계기에 대한 추적 레이더 발사 여부를 놓고 한·일 간 갈등이 크다. 일본은 추적 레이더를 작동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우리는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일본은 추적 레이더 작동이 위협행위라며 여론몰이를 한다. 과거 같으면 군사적 신뢰를 바탕으로 원만히 해결될 사안이다. 그러나 일본이 이를 부정적으로 공론화함으로써 갈등 상황으로 비화하고 있다. 이번 갈등의 근본 원인과 시사점은 무엇인가?

일본은 한국 함정의 추적 레이더 발사가 명백한 위협행위라며 과민 반응을 보인다. 한국 국방부에 따르면, 우리 함정은 항공기 식별을 위해 추적 레이더에 부착된 전자 광학 장비를 작동했을 뿐 전자파를 발사한 적이 없다. 추적 레이더를 작동했다 하더라도 사격을 위해선 엄격하게 통제된 절차를 더 거쳐야 한다. 평시 상황에서 한국 함정이 일본 해상초계기에 사격할 이유가 없는데 일본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 매우 이례적이다.

양국 간 갈등 상황의 가장 큰 원인은, 첫째로 군사적 신뢰와 네트워크의 약화다. 과거 같으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당국 간 서신으로 유감을 표명하는 수준의 상황이다. 그러나 일본은 사실관계도 확인하지 않고 한국을 비난했다. 양국 간 네트워크가 예전 같지 않음을 보여준다. 일본은 지난 18일 발표한 방위대강에서 한국과의 안보 협력 순위를 미국, 호주, 인도,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국가 다음으로 표명했다. 과거에는 미국, 호주 다음으로 한국을 중요하게 언급했는데, 한국에 대한 일본의 부정적인 속마음을 읽을 수 있다.

둘째, 군사적으로 분쟁지역 확대를 통해 자위대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다. 이를 통해 군사력 보유 명분을 확보하려 할 것이다. 일본은 인도양과 아프리카 지역까지 자위대 운용을 확대하고 있다. 전략적 요충지에 거점을 확보하는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동해에서 한·일 간의 갈등 부각은 독도 문제와 함께 일본 국민에게 자위대의 필요성과 존재감을 크게 인식시킬 것이다.

셋째, 정치적으로 국방예산 확보를 위해 군사적 갈등을 활용하고 있다. 일본은 방위대강에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수준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약 2%까지 국방예산을 올릴 수 있음을 언급했다. 2019년 이후 시행될 ‘중기 방위력 정비계획’에서 이즈모급 함의 항모화와 F-35B 18대 도입 등을 위해 사상 최대인 약 274조2000억 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일본 군 관계자들은 2018년을 기점으로 일본의 군사력에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언급해 왔다. 이것이 현실화한 것이 이번 방위대강 및 중기방위력정비계획이다. 계획의 실행을 위한 예산 확보 과정에서 부정적인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군사적 갈등을 활용하고 있다.

이번 한·일 간의 갈등은 군사적 신뢰 약화와 자위대 능력 강화를 위한 군사적·정치적 요인에 의해 촉발됐다. 우리는 주변국과의 군사적 신뢰 구축은 물론 주변국의 군사력 강화에 대비해야 하는 이중적 상황에 처해 있다. 중국의 함정과 항공기가 동해까지 진출하고, 동해에서 일본과의 군사적 갈등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우발적 충돌 방지를 위해 신뢰 구축이 필요하다. 중국은 물론 일본의 군사력 강화라는 쓰나미가 한반도로 몰려오고 있다. 일본 정부와 자위대가 국민을 설득하면 쓰나미는 완성되는 것이다. 이번 한·일 간 갈등은 일본 국민을 설득하는 과정의 일부다.

우리는 국방개혁을 통해 낙관적 안보 상황이 아니라, 최악의 쓰나미를 극복할 수 있는 전력 구조를 갖춰야 한다. 이를 위한 국민의 의지, 정부의 결단력, 군의 뼈를 깎는 노력이 중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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