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 워싱턴 특파원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북한 인권 문제를 북한에 대한 압박카드로 사용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10일 최룡해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과 정경택 국가보위상, 박광호 노동당 부위원장 겸 선전선동부장 등 김정은 체제 유지의 핵심 3인방을 인권유린 혐의로 제재한 데 이어 11일에는 북한을 종교자유 특별 우려국으로 재지정했다. 이 같은 미국의 움직임에는 두 가지 배경이 깔려 있다. 하나는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 주력하느라 북한 인권을 도외시하는 것 아니냐는 의회와 언론, 시민사회의 비판을 가라앉히기 위한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김정은 체제의 아킬레스건인 인권 문제를 부각시켜 비핵화 협상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오도록 압박을 가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내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거론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문재인 정부가 북한 인권 문제를 도외시하는 것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확산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17일 한 개 면에 걸쳐 한국 정부가 남북 대화와 경제협력에만 매달리느라 북한 주민들의 인권에 눈감고 있는 상황을 미 인권운동가들의 입을 빌려 비판하는 기사를 실었다. 특히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남북 철도 연결 등 경협 사업에 북한 주민들이 정당한 경제적 보상 없이 강제 동원된 사실이 드러날 경우 쏟아질 국제적 비난 가능성을 경고했다. 요안나 호사냑 북한인권시민연합 부국장은 WP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는 대북 인권단체의 말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며 “왜 항상 우리 기준과 국제 기준을 북한 기준으로 낮춰야 하느냐?”고 꼬집었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과 정상회담을 비롯해 각급 협상을 하면서도 유독 인권문제를 언급하는 것은 꺼린다. 북한과 오랜만에 재개된 대화가 깨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는 점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정부 대북 정책의 원형인 ‘햇볕정책’의 목적은 북한을 개혁·개방으로 유도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만드는 것이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면 핵·미사일 개발에 나서지 않을 것이고 인권도 개선될 것이라는 믿음이 깔려 있다. 그런데 지금 북한은 대화를 국제사회의 압박으로부터 숨구멍을 찾기 위한 시간 끌기 도구로 사용할 뿐 비핵화도, 인권도 신경 쓰지 않고 있다. 북한과의 대화 지장을 우려해 인권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국내 정책이라도 제대로 세웠으면 문재인 정부의 대북 인권 인식에 대한 비판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문 대통령은 10일 ‘세계인권의 날’ 기념식 축사에서 “인권을 무시할 때 야만의 역사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역사의 교훈도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북한 인권 문제에서는 이러한 지적도 예외다. 2년 전 통과된 북한인권법은 제대로 집행되지 않고 있고 내년 북한인권재단 예산은 92%, 북한인권정보시스템 운영 예산은 71% 삭감됐다. 북한 인권에 의도적이든, 비의도적이든 눈감고 있는 문재인 정부 인사들은 헌법을 다시 한 번 읽어봐야 한다. 헌법 3조는 ‘대한민국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고, 10조는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suk@
김석

김석 기자

문화일보 / 기자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