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사이트 신년인사 공유
“학폭, 호환·마마보다 무서워
착한 아이들 만났으면…”
관련소송 해마다 증가 추세
중재 매달려 교육업무 소홀


초·중·고 교원의 올해 신년 인사의 화두는 ‘학교폭력(학폭) 근절’에 집중됐다. 교사들이 주고받는 ‘학폭 근절’ 신년인사는 학폭으로부터 학생들을 보호하고 자신들도 ‘학폭 업무’로부터 벗어나길 바란다는 의미가 컸다. 이는 학폭에 따른 갈등과 소송전으로 교단이 얼룩지고 교육행정 업무가 마비될 수준에 달했다는 방증으로도 읽힌다.

일선 학교에서는 학폭 전담교사가 기피대상 1호가 된 지 오래다.

2일 교사들이 공유하는 SNS 커뮤니티에 올라온 신년인사와 이미지, 텍스트 등을 종합하면, “새해에는 착한 아이들을 만나 교실에 행복만 넘칠 거예요” “‘호환(虎患)·마마’보다 무서운 학폭도 내년엔 꼭 없기를 바란다” 등이 다수를 차지했다. 서울지역 초등학교 A 교사는 “학기 초 시작된 학폭 사건이 학년이 끝날 때까지 길어져 학기 내내 법률 자문하고, 양쪽 합의를 중재하느라 교육 업무는 상대적으로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며 “올해엔 제발 학폭 사건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랄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말했다. 중학교에 재직 중인 B 교사는 “학폭위에서 교사, 학생들이 모두 합의해 사과 등 경징계 조치를 해도 양측이 만족하지 못하는 일이 많다”며 “학폭위에 휘말린 학생 5∼6명이 각자 변호사를 선임해 학교에 나타나기까지 한다”고 말했다.

국회 교육위원회 박경미(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받은 ‘2016∼2018년 서울 시내 초중고 학교폭력 소송 현황’을 보면, 최근 3년간 학교를 상대로 한 학폭 소송은 총 91건으로 집계됐으며 해마다 증가세다. 전국 초·중·고교에서 열린 학폭위 건수는 4년 새 두 배로 가파르게 늘었다. 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는 분석 자료를 통해 올해 학폭이 지난해보다 더 증가하고 집단성과 폭력성도 점차 악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인천 성폭력 피해 의혹 여중생 자살, 학폭 피해 다문화 학생의 옥상 추락사 등은 교육계에 충격을 주고 국민적 공분까지 불렀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교사들은 학폭 업무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학부모들은 교내 학폭위에 대해 깊은 불신을 보이는가 하면, 가해·피해 학생까지 모두 교사를 원망하는 상황도 비일비재하다.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학폭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통해 학폭 가해 학생의 보호자가 특별교육을 이수하지 않는 경우 3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서울시교육청도 지원청별 학폭 지원기구를 운영해 소송 관련 법률 자문을 지원하기로 했지만 심각한 학폭을 제어할 대책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적 반응이 많다.

조정실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 회장은 “민주시민 교육, 교과·진학지도도 중요하지만, 피해자, 현장 교사 등을 중심으로 학폭 현안을 먼저 해결해야만 비뚤어진 교실의 파행 현상을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기윤 기자 cesc30@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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