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주 불국사 ‘극락전 福돼지’
현판에 가려진 50㎝ 황금 木像
보고 만질 수 있게 동상도 제작
- 창원 마산만 돝섬 ‘도야지’
가야 美女 후궁이 돼지로 변신
福주는 섬 소문에 탐방객 북적
- 地名이 돼지 … 양구 ‘해안면’
뱀 우글대던 곳 돼지 길러 쫓아
마을 이름 海安서 ‘亥安’ 바꿔
- 이천시 亞최초 ‘돼지박물관’
23개국 소품 5000여 점 전시
6마리 미니돼지 공연도 볼 만
60년 만에 돌아온 기해년(己亥年) 황금돼지해를 맞아 돼지와 관련된 전국 명소가 주목받고 있다. 황금돼지는 재복과 행운을 상징하고 있어 지방자치단체의 명소 만들기 경쟁도 치열하다.
2일 전국 자치단체에 따르면 황금돼지와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명소는 경남 창원시 마산만에 있는 작은 섬 ‘돝섬’이다. 이 섬에는 황금돼지상이 오래전부터 설치돼 관광객을 맞고 있다. 돝섬의 전설은 가야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가락국 왕의 총애를 받던 후궁 미희가 어느 날 고향을 그리워하다 갑자기 궁중을 떠났다. 한 어부가 ‘골포’(마산의 옛 이름) 앞바다 섬에서 배회하는 절세미인을 보았고, 이를 왕에게 아뢰자 신하들이 찾아와 환궁을 재촉했다. 그러나 미희는 돌연 금빛 ‘도야지’(돼지의 사투리)로 변해 두척산으로 사라져버렸다. 그 후 금빛 도야지가 맹수로 변해 백성을 괴롭히는 일이 잦자 군사들이 산을 포위했다. 군사들에게 쫓긴 도야지는 바위 밑으로 굴러떨어져 한 줄기 빛이 돼 미희가 배회하던 섬으로 사라졌고 섬은 도야지가 누운 형상으로 변했다. 그 후 섬에서 밤마다 도야지 우는 소리와 괴이한 광채가 일어나 당시 신라 문장가 최치원 선생이 활을 쏘아 괴소리를 잠재운 후 돝섬에서 제를 지내면 효험이 있다는 풍습이 이어졌다고 한다. 그 섬이 도야지의 옛말인 ‘돝’을 딴 ‘돝섬’이다. 이 전설은 마산문화원이 2012년 펴낸 설화집 ‘최치원이 남기고 간 이야기’에 실려 있다.
황금돼지 전설을 간직한 돝섬은 마산합포구 어시장 인근 돝섬유람선터미널에서 10분 거리에 있다. 돝섬 선착장에 내리면 가장 먼저 황금돼지상이 탐방객을 맞는다. 출렁다리와 둘레길을 걷다 보면 다양한 조각작품을 감상할 수 있고 마창대교와 마산만, 옛 마산의 시가지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돝섬은 마산수출자유지역이 활황이던 1980~1990년대 놀이시설과 동물원이 있었지만, 지금은 휴게 편의시설만 설치돼 있다. 창원시는 황금돼지해를 계기로 ‘복을 주는 황금돼지섬’ 홍보 마케팅으로 돝섬 관광객 유치에 주력하고 있다. 돝섬을 오가는 여객선은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 돝섬유람선터미널에서 3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천년 고찰 경북 경주시 불국사에도 황금돼지가 있다. 불국사 극락전 정면 처마 밑에 현판으로 가려져 눈에 띄지 않았으나, 2007년 우연히 발견돼 관광객들에게 주목을 받고 있다. 크기는 길이 50㎝ 정도로 나무로 다듬어졌으며 황금빛을 띠고 있다. 불국사 극락전은 임진왜란 때 훼손됐다가 조선 후기 재건된 것으로 알려져 어떤 이유에서 돼지가 처마 밑에 숨겨지게 됐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당시 불국사 측은 ‘극락전 복돼지’라는 공식 이름을 지어주고 기념 100일 법회를 성대하게 열기도 했다. 또 현판 뒤에 숨어 잘 보이지 않는 복돼지를 누구나 쉽게 보고 만질 수 있도록 극락전 앞에 자그마한 복돼지상까지 만들었다. 불국사를 찾은 관광객들은 복돼지를 만지면서 행운을 빌고 있다. 지난해에는 복돼지상 앞에서 행운을 빈 사람이 로또 1등에 당첨됐다는 소문이 일기도 했다.
펀치볼 분지로 유명한 강원 양구군 해안면도 돼지와 관련 있다. 해안면은 특이하게 지명에 돼지 ‘해’(亥)자를 쓴다. 양구향토사연구회에 따르면 본래는 바다 ‘해’(海)자를 써서 ‘해안’(海安)으로 불렸는데, 산기슭에 뱀이 많아 사람들이 밖에 나가지 못할 정도였다. 조선시대 때 한 스님이 ‘돼지’(亥)가 뱀과 상극이니 지명도 ‘해안’(亥安)으로 고치고 돼지를 많이 기를 것을 권했고 주민들이 이를 따르자 뱀이 사라졌다고 한다. 옛날에 해안(海安)이라고 했다는 얘기도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이 일대 산 중턱에서 조개껍데기가 발견됐다. 해안면 가칠봉(1049m) 산등성이에 있는 을지전망대에서는 펀치볼 분지와 멀리 설악산, 금강산 등을 조망할 수 있다. 세계 평화와 화해의 메시지를 담은 조형물 ‘그리팅맨’(Greetingman)과 양구전쟁기념관도 자리한다.
경기 이천시 율면에는 아시아 최초로 돼지를 주제로 한 ‘돼지박물관’(돼지보러오면돼지)이 있다. 이 박물관은 빨간 플라스틱 돼지저금통을 비롯해 전 세계 23개국에서 수집한 돼지 인형과 소품, 미술품 5000여 점이 전시돼 있다. 박물관에서는 소시지 만들기, 에코 인형 만들기, 돼지 탈 만들기, 돼지 화분에 다육식물 심기 등의 체험과 6마리 미니돼지의 공연도 즐길 수 있다.
창원=박영수 기자 buntle@munhwa.com,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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