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에서 한 정거장 거리의 합정역, 거대한 규모의 상가들이 들어오면서 이곳은 새로운 젊은이들의 ‘힙한’ 공간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합정동의 진짜 매력은 큰길을 벗어나 동네 속으로 들어와 수줍은 듯 숨어있는 상업공간들이다. 합정역 인근, 주택이라고 하기엔 개방적이고 커피숍이라고 보기엔 차분한 2층 벽돌집의 정체는 ‘살롱문화’를 지향하는 ‘취향관’이다. 살롱이라는 단어에서 다방이나 술집, 미용실을 연상할 정도로 우리에겐 낯선 이름이지만 살롱은 18세기 유럽에서 유행한 사교문화 공간이었다. 하지만 몇 세기를 뛰어넘은 이 시점에 ‘취향관’이 추구하는 ‘살롱문화’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취향관’을 만든 사람들은 두 젊은이다. 대학졸업 후 인턴으로 만난 이들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과 삶을 대하는 태도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 남들처럼 각자 바쁜 시간을 보냈지만 시간이 지나도 메워지지 않는 삶에 대한 문제는 여전했다. 이런 문제에 대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결국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취향관’을 준비하면서 유럽의 ‘살롱문화’가 그들이 생각하는 취향을 공유하고 친분을 쌓는 공간과 유사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18세기 살롱이 예술과 문학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이곳은 살아가는 방법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삶에 대한 태도를 중요시하는 ‘취향공동체’가 ‘취향관’이 추구하는 21세기형 ‘살롱문화’다.
‘취향관’에서 가장 인상적인 공간은 ‘부다페스트 호텔’을 연상케 하는 초록색의 컨시어지다. 이곳에서는 열쇠 대신 회원들의 활동을 기록하고 관리한다. ‘취향관’은 회원제로 운영하고 있는데 안정된 분위기 속에서 활달한 교류를 하기 위해서다. 컨시어지 앞쪽으로는 자연스러운 모임을 위한 거실과 커피와 간단한 술을 제공하는 바가 있다. 이 공간들은 영화의 한 장면처럼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배경으로 손색이 없다. 거실 한 귀퉁이, 책장인 줄 알았던 문으로 제 모습을 숨기고 있는 작은방이 놀라움을 선사한다. 2층에는 살롱모임에 적합한 3개의 개별공간을 갖추고 있다.
‘취향관’에서는 다양한 주제의 살롱이 열리는데 글쓰기부터 음악 감상, 필름카메라 촬영까지 회원들은 스스로 호스트가 돼 모임을 주관한다. 회원들이 원하는 주제로 자율적인 모임을 만들기 때문에 미리 정해진 주제는 없다. 이곳에서는 나와 취향이 같은지 다른지만 중요할 뿐 나이나 학력, 출신 등은 관심 밖의 일이다. 그래서 회원들은 이름이 아닌 별명으로 불린다. 회원은 3개월 단위로 나뉘어 모집하고 있는데 시즌별로 회원들의 경험과 관심사를 묶어 책을 만들고 더 많은 사람과 공유를 시도하고 있다. 늦은 시간 ‘취향관’을 가득 메운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따듯한 불빛처럼 주변을 채우고 있다. 모임이 많아지는 연말연시, 매번 비슷한 시간을 보내기보다 서로의 취향을 공유하고 나누는 기회를 가져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글·사진 = 건축가·디자인연구소 이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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