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부터 이른 봄이 제철
신안‘섬초’등 최고 인기
무침은 당도높은 재래종
국 등엔 모든 種 다 좋아
오래 삶으면 영양소 파괴
끓는물에 소금 약간 넣고
살짝 데쳐 찬물에 식혀야
엽산 풍부 성장기 건강식
다이어트에도 일등식품
시금치는 세계인들이 즐겨 먹는 몸에 좋은 녹색 채소다. 여기에 맛과 식감도 뛰어나 먹을수록 입맛을 당기게 하는 묘한 매력을 지녔다.
시금치 원산지는 옛 페르시아제국으로 지금의 중앙아시아 지역이다. 시금치는 여기에서 동쪽과 서쪽으로 따로 퍼져 나가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진 동양종(種)과 서양종으로 분화했다.
동양종과 서양종은 생김새나 생리적 특성이 많이 다르다. 우리나라에서 재배되는 시금치는 동양종으로 뿌리가 빨갛고 특히 추위에 강해 영하 10도에도 견디는 품종이다. 겨울철 월동재배가 가능하고 단맛이 뛰어난 특징이 있다. 월동시금치로 ‘동초’ 시금치가 유명했다.
톱니처럼 뾰족뾰족한 잎을 가진 동양종은 해가 길어지면 꽃대가 올라와 상품 가치가 없어진다. 열매를 만드는 데 에너지를 소비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해가 짧아 꽃대가 올라오지 않는 가을과 겨울 재배를 한다. 서양종은 잎이 크고 둥그스름하고 두껍다.
시금치는 1980년에 비해 노지재배 면적은 절반으로 줄었고, 시설재배 면적은 두 배로 늘었다. 품종별로 생리적 특성이 달라 북쪽에서는 겨울재배가 어렵고 남쪽에서는 여름재배가 어렵다. 시금치는 가을파종과 봄파종이 기본이다. 겨울철 노지에서 월동재배를 하는 남해안에서는 11월 말부터 3월까지 수확하고, 주로 시설재배를 하는 경기도 일원에서는 4월부터 11월까지 시금치를 수확한다.
시금치는 겨울부터 이른 봄이 제철이다. 겨울철 노지 시금치는 거센 바닷바람과 추위를 이겨내며 자란다. 겨울철 시금치 재배는 섬이나 해안가 지역의 주요 소득원으로 경남, 전남, 경북에서 생산되는 것이 노지재배 시금치의 87%나 된다. 경남은 남해, 전남은 신안, 경북은 포항 일대가 주산지다.
‘섬초’는 전남 신안군 서쪽 끝자락에서 바닷바람을 막아내는 형제처럼 나란히 붙은 섬 비금도와 도초도에서 재배된다. 가을에 씨를 뿌린 뒤 11월부터 3월까지 수확한다. 빨간 끈으로 묶여 있는 키 작은 포항초, 바닷가에서 자라는 남해시금치는 모두 제철인 겨울이 가장 달고 맛있다. 향이 진하고 신선함도 오래 유지된다. 잎이 두툼하며 부드럽고 씹는 느낌도 좋아 소비자들이 겨울 시금치를 즐겨 찾는다.
비금도 섬초는 1996년 특허청 상표등록을 마쳤다. 오랜 역사를 지닌 포항시금치(포항초)는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으로부터 지리적 특성과 품질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지리적 표시가 보호되는 농산물이 됐다. 남해시금치는 특허청 지리적표시단체표장에 등록돼 지역특산품으로 상표권을 보호받을 수 있게 됐다.
겨울철 노지 시금치는 거센 바닷바람을 이겨내며 추위에 견디기 위해 봄동 배추나 민들레처럼 잎을 바닥에 붙이고 산다. 잎을 짧고 납작하게, 또 서로 겹치지 않게 빙 둘러 펼쳐놓은 것은 태양에너지를 최대한 많이 받기 위한 겨울 시금치의 지혜다. 잎을 두툼하게 만들고 방석처럼 붙어 바람에 상처를 입지 않는다. 햇볕을 받아 따뜻해진 땅은 잎을 얼지 않게 하며 광합성 효율을 더 높인다. 뿌리에 양분을 축적해 당도가 높아진 시금치는 추위에 더 잘 견딜 수 있다. 자기 몸을 보호하며 추운 겨울을 이겨내기 위한 식물의 적응력이 놀랍다. 다른 채소에 비해 노지재배와 시설재배 생산물 간 품질 차이가 큰 이유도 이 때문이다.
겨울에 먹는 초록색 시금치는 씹을수록 단맛이 난다.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려면 시금치를 잘 골라야 한다. 농협유통 농산팀 윤경권 팀장을 통해 시금치 고르는 법을 알아봤다. 잎의 색이 선명하고 두툼하며, 마르지 않고 싱싱한 것을 고른다. 뿌리는 붉은색이 많을수록 당도가 높다. 시금치 무침을 할 때는 식감이 좋고 당도도 높은 재래종이 적합하다. 국이나 다른 요리재료에는 어떤 시금치나 다 좋다. 시금치를 보관할 때는 신문지에 싸서 비닐에 넣은 다음 뿌리 방향을 아래로 냉장고에 보관한다.
엄동설한에도 대지를 푸르게 뒤덮는 강인한 생명력을 가진 시금치는 보기만 해도 건강해지는 느낌을 준다. 비타민과 무기질이 많아 밭에서 캐내는 건강식품이다. 지용성 비타민 중에는 비타민 A가 풍부한데 베타카로틴 형태로 들어 있다. 지용성 비타민은 기름과 함께 흡수되므로 참기름을 넣은 시금치 무침이나 드레싱을 곁들인 샐러드 형태로 먹으면 흡수가 잘된다.
수용성 비타민 중에는 엽산이 풍부하다. 엽산은 시금치뿐만 아니라 녹색 채소에 많은데 적혈구 성숙 과정에 필요해 임신기나 수유기, 성장기에 요구량이 더 늘어난다. 수용성이면서 열에 매우 약한 특징이 있기 때문에 오래 삶으면 좋지 않다. 그래서 시금치를 조리할 때 살짝 데치는 것이 영양소 손실을 막는 방법이다.
다이어트를 할 때 칼로리가 낮은 채소를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데친 시금치 한 접시는 칼로리가 2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신장병이 있어 소변 배출이 어려운 경우에는 혈액에 칼륨이 쌓일 수 있으므로 섭취를 제한해야 한다. 신장결석 중 수산칼슘 결석이 있는 경우에도 섭취 제한이 필요하다.
시금치는 주로 데치거나 익혀서 먹는 채소다. 쓴맛이 없고 달고 고소해 나물로 먹기에 좋다. 좋은 식감을 위해 동양종 시금치를 선호한다. 데칠 때는 끓는 물에 소금을 조금 넣고 짧은 시간 데쳐내 찬물에 바로 식힌다. 영양성분의 손실을 줄이는 방법이다. 뜨거운 물에 데칠 때 뚜껑을 열어 유기산이 휘발하게 하고 조직이 너무 무르지 않도록 시간을 조절한다. 시금치 색이 변할 정도로 오래 데치는 것은 좋지 않다. 너무 물러서 식감이 나빠지고 수용성 영양소도 줄어든다.
시금치는 식탁을 푸르게 꾸미는 기본 반찬으로 데쳐서 양념에 무쳐 먹는다. 데친 다음 반만 덜어내 무침을 하고 곧바로 된장국을 만들면 한 번에 두 가지 시금치 반찬을 만들 수 있다. 시금치 요리의 대표 격인 깨소금 뿌려진 시금치나물은 달고 고소한 맛이 있다. 시금치 된장국, 시금치 된장 무침 등 된장과 잘 어울린다. 초고추장에 무쳐 먹어도 좋다. 어린 시금치는 데치지 않고 상추 겉절이처럼 무쳐 먹어도 된다.
시금치는 음식의 색만으로도 만족감을 주어 여러 가지 메뉴에 활용하기 쉽다. 손이 많이 가는 잡채지만 초록 빛깔 시금치가 빠질 수 없다. 그 밖에도 김밥, 비빔밥, 죽, 볶음, 무침, 국 등 어느 요리에나 어울리는 식재료다. 진한 녹색은 노란 달걀과도 잘 어울린다. 시금치 계란빵, 시금치 오믈렛, 시금치 계란말이, 시금치 프리타타의 속 재료로 쓰면 시금치가 색을 아름답게 만들어 눈으로 즐기면서 먹을 수 있다.
시금치를 싫어하는 어린이를 위한 메뉴로 시금치를 올린 피자나 파스타가 있다. 계란찜에 시금치를 잘게 썰어 넣으면 잘 먹는다. 시금치를 갈아 만든 즙으로 칼국수나 수제비 반죽을 하면 녹색이 주는 건강한 느낌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다. 바삭한 식감의 그리스식 시금치 파이 스파나코피타에도 도전해 보자.
신구대학교 식품영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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