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강현 국립해양박물관장이 지난해 12월 27일 부산 영도구 동삼동 해양박물관 3층 대형 수족관 앞에서 해양문화 육성에 대해 다양한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김선규 기자  ufokim@
주강현 국립해양박물관장이 지난해 12월 27일 부산 영도구 동삼동 해양박물관 3층 대형 수족관 앞에서 해양문화 육성에 대해 다양한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김선규 기자 ufokim@
주강현 국립해양박물관장

취임뒤 관련기관 협력체결 13건
‘바다의 괴물’ 등 기획전시 준비
관람객 편리하게 구조 개편할것

융합성 뛰어나 발달한 해양문명
그래서 교육도‘토털·멀티’돼야
젊은이들 천천히 많은 경험하길

세계 항구·도시 찾아 해양글쓰기
역사적인 교류현장서 영감 얻어

故 정주영회장의 창의력에 감탄
소떼몰고 남북교류 상상 못할 일


지난해 12월 27일 오후에 찾은 부산 영도구 동삼동 국립해양박물관은 주변의 바다 절경과 함께 아름다운 자태를 자랑하고 있었다. 외관은 3차원 설계기법을 적용해 바다의 물방울 모양을 역삼각형으로 형상화해 부산의 대표적인 랜드마크로 떠올랐다. 해양박물관은 평일인데도 방학을 맞은 청소년들과 가족 단위 방문객들로 붐볐다. 3층에 있는 터널형 대형 수족관 안에는 대형 바다거북이 유유히 유영하고 있었다. 관람객들은 수족관 앞에서 사진 찍기에 바빴다.

이곳에서 지난해 7월 취임한 주강현(64) 국립해양박물관장을 만났다. 주 관장은 “해양박물관을 통해 다양한 해양 문화를 전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바로 옆 혁신지구에 함께 있는 해양 클러스터인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한국해양수산개발원, 국립해양조사원 등 해양 관련 정상급 연구기관들과 해양 문화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취임 이후 이들 기관과의 긴밀한 협력을 위해 협약을 체결한 것만 13건에 달한다. 현재 인기를 끌고 있는 기획전시전인 ‘오션 사이언스 아트 - 마이크로 과학의 미학’ ‘남극’ 등이 그 예다. ‘오션 사이언스 아트’는 해양과학자들의 연구로 포착된 바다 생태와 해양 생물들을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해 초미세 세계의 미학적 가치를 실물 그대로 또는 미술품으로 창작해 전시한 것으로 특이한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남극’은 남극의 환경 변화를 통해 지구온난화의 실상을 알리고 남극 탐험의 역사적 유물을 통해 극지 보존의 중요성을 소개하고 있다.

주 관장은 “부산이 우리나라 해양수도이기는 하지만 해양문화 수준 면에선 아직 미흡해 시민들의 해양 문화 의식을 높이고 해양문화를 확산하는 데 해양박물관이 기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 관장은 역사 민속학자인데 특히 해양문명사 연구에 천착했다. 제주대 석좌교수, 해양수산부 해양르네상스 위원장, 국제해양문화위원회 한국 대표, 해양문화연구원 원장 등을 지냈거나 현직으로 활동하고 있다. 전 세계 바다를 누비며 해양문명사와 문화원형을 탐구해 왔다. 인터뷰는 그의 박람강기(博覽强記) 때문에 여러 가지 주제를 넘나들었다.

그는 인문학의 중요성을 이렇게 말했다. “고등학생 때 공부는 안 하고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읽다 선생님에게 들켜 그 책으로 머리를 맞은 기억이 생생합니다. ‘도스토옙스키가 밥 먹여주냐’라는 질타를 받았죠. 이제 수십 년의 세월이 흘러 저는 도스토옙스키가 밥 먹여준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민속학과 문화재학에 2개 박사학위를 가지고 있는 그는 왕성한 저술활동으로 단독 저술만 50여 권에 공저와 보고서 100여 권, 논문 200여 편을 냈다. 이중 20여 년 전 한 신문에 연재한 뒤 책으로 펴낸 ‘우리문화의 수수께끼’는 60만 부가 팔리는 베스트셀러가 됐다. 이외에도 ‘등대의 세계사’ ‘제국의 바다, 식민의 바다’ ‘환동해 문명사’ ‘적도의 침묵’ ‘독도강치멸종사’ ‘민족과 굿’ 등을 펴냈다. 각 신문들에 6개월~1년씩 장기 연재한 뒤 책으로 낸 것들도 많다.

“이들 책 덕분에 집도 짓고 세계 여행도 다니고 있습니다.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할 때 보증금 100만 원에 월세 3만 원의 월셋방을 전전한 것에 비하면 엄청나게 출세했죠. 취재를 위해 가본 곳은 북한을 포함해 62개국이고 도시는 너무 많아 셀 수도 없죠. 아프리카 서부와 라틴 아메리카 지역이 조금 생소할 뿐 세계 안 가본 도시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주 관장은 민속 문화 전문가로서 다양한 해양 전시회를 준비하고 있다. 올해 해양실크로드 문명전, 해양도시 문명전, 세계의 등대전, 해양 한국 5000년전, 북한의 바다, 바다의 괴물 등 다양한 기획 전시를 준비하고 있다. 전시관들과 해양도서관 구조도 관람객 편의 위주로 대폭 개편할 계획이다. 해양도서 독서 확산운동으로 시민 참여형 ‘오픈 북 페어’를 열고 해양연구기관들의 출간물 공동전시도 기획 중이다.

주 관장은 “올해부터는 유명 컨벤션 기관인 벡스코와 협약을 맺고 ‘해양문화아카데미’를 통해 해양 교육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월 말부터 6월 중순까지 ‘바다 - 문화를 만나다’를 주제로 12회에 걸쳐 유명 강사들을 초빙하는데 이미 접수가 완료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고 한다. 7월에는 ‘해양문화유산을 찾아서’를 주제로 해외 답사 기행도 준비 중이다.

하드웨어 분야에서는 부산항만공사와 협의해 부산북항 재개발 구역의 1부두 역사문화보존지구 중 옛 국제여객터미널부지에 ‘항만 역사관’을 건립하기로 했다. 그는 “항만 역사관에 해양교육문화센터와 오션아트갤러리를 조성해 시민들이 쉽게 체험할 수 있는 해양문화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구상을 밝혔다. 박물관이 보유한 다양한 해양유물을 이곳으로 옮겨 전시하고 더 범위를 넓혀 서울에서 전시하는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 엄청난 양의 해양유물 가치를 알리기 위해서는 현재 박물관으로 찾아오는 관람객들만 맞이할 것이 아니라 계속 밖으로 나가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는 현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세계의 항구와 등대를 돌며 당시의 교류와 문명에 대해 현장에서 느낀 점을 저술했습니다. 세계 최초의 등대인 알렉산드리아의 파로스 등대는 1500년대에 없어졌지만 그 흔적에서 영감이 떠오릅니다. 경주 황룡사가 불탔지만 거기에 가면 주변 역사를 알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죠. 역사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중간중간 기록이 없기도 하지만 빠진 부분은 발굴로 재구성하고 상상력으로 복원되고 있죠. 역사를 통해 창의성을 발휘해야 더 발전할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법고창신(法古創新)이죠.”

창의력 부분에 대해서는 그는 예상외로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을 언급했다. “소떼를 몰고 가 북한 교류의 물꼬를 튼 정 회장님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른 기업인들은 물론 다른 사람들은 상상도 못 할 일이죠. 추진력 등 배울 게 매우 많은 분입니다.”

해양의 중요성에 대해 주 관장은 “인류가 오래전부터 항해를 하고 새로운 대륙과 섬을 만나면서 지리학, 천문학, 수산학, 언어학, 종교학, 인류학, 고고학, 민속학 등을 발전시키고 융합연구로 문명을 이뤄 바다는 이들 모든 학문과 연계되는 보고(寶庫)”라며 “이 같은 융합성 때문에 내륙 문명보다 더 발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식의 융합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은 듯했다.

“‘토털’과 ‘멀티’가 돼야 합니다. 한 가지만 하면 편협할 수 있고 문약(文弱)에 빠지는 것이죠. 그래서 고교 문·이과 교육도 반드시 통합돼야 합니다. 뛰어난 사진작가 중에 사진학과 안 나온 사람이 매우 많습니다. 의사도 인문학을 해야 진정한 명의가 될 수 있습니다.”

그의 원래 전공도 농업 민속학이었지만 해양 쪽으로 계속 분야를 넓혀 나갔다고 했다. 그의 행적 자체가 해양학·문화사·역사민속학을 기반으로 개별 학문의 틀을 뛰어넘어 융합연구에 진력하는 전방위 ‘지식노마드’로 불리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젊은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묻자 이런 말이 돌아왔다.

“금방 말한 ‘멀티’와 관련이 있는데 이 세상의 길은 하나만 있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돌아가는 길이 지름길일 수도 있습니다. 이것저것 천천히 경험하고 가는 게 오히려 빠른 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젊은 시절에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온갖 어려움 속에서 대학을 10년 만에야 졸업한 뒤에도 제대로 된 직장을 잡지 못했습니다. 연극, 마당극의 극본을 쓰고 공단에서 노동 운동을 하기도 했습니다. 작문과 번역 아르바이트로 먹고살기도 했죠.”

그는 독서와 글쓰기 능력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자신의 독서 이력을 소개하며 집에 무려 2만 권이나 소장된 개인도서관 사진을 보여주기도 했다. “독서에서 창의력과 상상력이 나옵니다. 현대사회에서 자신을 표현하는 글쓰기 능력은 성공을 위한 필수요소로 언제든지 써먹을 수 있는 특기가 됩니다. 대학 다닐 때도 당구, 도박(화투, 트럼프)을 하지 않았습니다. 할 줄 아는 게 없으니 도서관에서 책만 읽었죠. 중년이 된 이후에 골프도 안 배웠어요. 독서는 재미있는 것도 좋지만 글로 먹고살기 위해 영어 원서로 된 전문 서적을 많이 봤습니다. 문학도 프란츠 카프카, 제임스 조이스 등의 조금 어려운 작품들을 읽었죠. TV연속극(드라마)은 상상력을 갉아먹는 것 같아 되도록 안 보려고 합니다. TV에서는 동물의 왕국, 다큐멘터리, 테마기행 등을 가끔 보는데 너무 많이 보면 내용이 비슷해 이것도 식상해지더군요.”

주 관장은 각종 저술활동 외에 사진 촬영도 전문가 수준이다. 그가 선물로 건넨 해양박물관의 내년 달력에는 포르투갈 상비센테 등대, 이탈리아 란테르나 등대, 아일랜드 체인 등대, 영국 에디스톤 등대 등 그가 직접 찍은 작품이 실렸다. 그는 신문 연재 기사와 많은 저술에 나오는 사진도 본인이 직접 찍은 것이라고 했다. 사진에 대해 주 관장은 “사진을 잘 찍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사물을 보는 생각과 눈이 얼마나 뛰어나냐로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결국 피사체를 적절히 선택하기 위한 판단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시민들이 박물관을 너무 활용하지 않는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립박물관은 엄청난 돈을 들여 볼 것과 배울 것이 매우 많은데 대부분 무료입니다. 주차비도 매우 저렴하죠. 특별히 세금 환급받을 길이 없으면 국립박물관과 도서관을 계속 꾸준히 가도 일부는 세금을 돌려받는 길입니다.”(웃음)

그는 해양 문화가 의식, 안전, 교육, 레저 문화, 영토 등 여러 가지를 총망라하는 분야라며 그 중요성을 역설했다. “우선 안전분야만 하더라도 우리도 일본처럼 모든 초등학교에 수영장이 있어 ‘생존 수영’ 등을 배우며 물과 친숙해지면 좋겠습니다. 운동장보다 좁은 공간을 충분히 활용할 수도 있고요.” 주 관장은 “북한의 임진강에서 한강을 거쳐 서해바다로 빠지는 수로 주변 역사 등에 대해서도 다양한 연구를 통해 향후 통일시대에 대비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터뷰 = 김기현 부장(전국부)
부산 = ant735@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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