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사법 제1조의2는 세무사의 사명을 기술하고 있다. ‘세무사는 공공성을 지닌 세무전문가로서 납세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납세의무를 성실하게 이행하게 하는 데에 이바지하는 것을 사명으로 한다.’ 세무사의 사명은 납세자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세무사의 전문성으로 납세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성실 납세를 지원토록 하고 있다.
여기서 특기할 것은 세무사의 전문성을 국가의 공공재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300만 이상의 납세자를 대리하면서 국가 운영의 토대인 350조 원에 이르는 조세 수입의 신고 및 부과·징수를 지원하는 세무사의 역할에 비춰 당연하다.
2017년 12월에 통과된 변호사에 대한 세무사 자격 부여 폐지 법안은 그 입법(立法) 이유를 ‘전문성이 요구되는 세무 분야의 전문성을 제고하고 나아가 소비자들에게 고품질의 세무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세무사의 전속성과 전문성의 상관관계에 대한 일종의 사회적 합의로서 두고두고 그 취지를 새길 만하다.
그런데 이러한 추세에 따라 세무사 자격을 자동으로 획득한 변호사에게 일반적인 세무사가 수행하는 세무대리를 전면 금지하도록 2003년에 개정된 현행 세무사법에 대해 2018년 4월에 내려진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판결은 세무사의 전속성 강화를 통한 전문성 확보라는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기에 매우 유감스럽다. 불합치 판결의 요지는, 변호사들에게 세무대리를 할 수 없도록 전면적·일률적으로 금지한 것은 헌법상 보장된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기 때문에 일정 수준의 세무대리를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너무나 아쉬운 판결이다. 변호사에 대한 세무사 자격 부여는 세무사법에 따른 것이기에, 법률로 헌법상 권리를 새로이 창설할 수 없다는 헌재의 기존 판결들과, 세무사의 세무대리 업무 전문성이 변호사보다는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음을 인정한 2007년의 헌재 판결과는 결이 다르기에 그렇다.
이 판결로 인해 현재 1만3000여 세무사가 활동하는 세무대리 시장은 이제 약 1만8000명의 변호사에게 문이 열리게 됐다. 하지만 변호사의 대다수가 세무대리 업무 수행에 필수적인 세무회계나 세법을 숙지하지 못하고 있다. 변호사 시험 과목에 세무회계는 포함돼 있지 않으며, 세무사에게 상식 수준인 세법개론은 선택 과목인데 그나마 이를 선택하는 합격자는 2.5%에 불과하다. 이들이 세무대리 시장에 뛰어들면 전문성은 크게 후퇴하고, 명의 대여 등으로 시장 교란이 예상되며, 그 피해는 납세자에게 돌아갈 것이다. 국세청이 국회에 제출한 2016년 전문직종의 1인당 사업소득을 보면, 변호사는 1억1360만 원인데 비해 세무사는 6710만 원에 불과하다. 결국, 이 문제는 고소득자인 변호사에게는 기대하지 않았던 업역 확장의 기회지만, 한계 경영을 하는 1만3000여 세무사와 6만여 사무직원에겐 생존의 문제이기도 하다.
다행스럽게도, 헌법재판소는 판결에서 ‘변호사에게 허용할 세무대리의 범위 등은 세무대리를 위해 필요한 전문성과 능력의 정도, 세무대리를 위해 필요한 전문가의 규모, 세무사 자격 제도의 전반적인 내용 등을 고려’해서 입법하도록 권고했다. 즉, 입법자는 사회적 공공재인 세무사의 전문성을 훼손하지 않도록 변호사에게 허용할 세무대리의 범위 등을 정하라고 한 것이다.
헌법재판소의 권고대로, 국회가 전문 자격사인 세무사 제도의 취지에 걸맞게 소정(所定)의 교육을 이수하고 능력을 검증(檢證)받은 변호사에 한해 세무대리를 허용하고, 기존의 세무대리 시장 규모를 고려해 제한(制限)된 수의 변호사가 질서 있게 진입하도록 입법할 것을 간절히 호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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