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는 북한 관광을 갈 수 있을까. 지난해 4월 남북정상회담 환영 만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소원’이라고 언급했던, 백두산과 개마고원 트레킹을 다녀올 수 있을까.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팔을 걷어붙인 북한의 적극적인 태도와 우리 정부의 의지만 보면, 백두산과 개마고원까지는 아니어도 북한 관광이 10여 년 만에 재개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교착상태를 반복하는 미·북 협상의 순항과 비핵화 논의 진척으로 제재 조치 일부 완화가 전제된다면 말이다.
최근 북한은 드러내놓고 해외관광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북한의 국영여행사인 ‘조선국제여행사’는 지난해 12월 29일부터 오는 5일까지 북한의 평양, 묘향산 등을 관광하는 외국인 대상 신년맞이 여행상품을 진행하고 있다. 외국에 회사를 둔 북한 전문 여행사들이 북한 관광상품을 내놓은 적은 있지만, 북한 국영여행사가 직접 관광상품을 내놓은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북한 관광 분야를 총괄하는 국가관광총국도 최근 자체 웹사이트 ‘조선관광’의 홈페이지를 개편하고 다양하게 개발한 북한 여행상품을 소개하고 있다.
또 이런 일도 있었다. 중국 광둥(廣東)성의 한 북한 여행사가 뜬금없이 영국 잉글랜드 6부 리그 축구팀 ‘블라이스 스파르탄스’와 스폰서십 계약을 맺고 이 팀의 홈구장 펜스에 업체명을 내걸었다. 이 팀의 홈구장은 4500석 내외의 작은 경기장이라는데, 경기장 한쪽의 펜스에다 내건 회사 이름이 ‘북한을 방문하세요(Visit North Korea)’다. 업체의 이름을 담았다지만, 북한 관광을 권유하는 광고로 읽힌다.
이처럼 북한이 관광객 유치에 적극적인 것은 대북 제재 강화로 외화벌이 창구가 막히면서 겪고 있는 어려움 때문으로 보인다. 대북 제재 조치가 시퍼렇게 살아 있음에도 북한이 관광으로 외화벌이를 할 수 있는 것은 제재 대상에서 ‘관광’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관광을 위해 자금이나 물자를 지원하면 제재 조치 위반이지만, 순수한 관광 자체는 제재 위반이 아니라는 얘기다.
하지만 정치적으로 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지난 2010년 북한의 천안함 폭침 도발 이후, 우리 정부가 내놓은 대북 제재인 5·24조치가 살아 있다. 5·24조치에는 대북지원사업의 원칙적 보류 조항이 있다. 2008년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건의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문제도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일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북한 관광의 당위에 대해 ‘국민적 동의’를 얻는 일이다.
남북관계의 특수성이나 정치적인 문제를 제외하더라도 그렇다. 관광은 늘 ‘당위’를 바탕으로 삼아야 한다. 오래전 태국에서 코끼리 트레킹투어를 한 번 해본 뒤 다시는 이런 투어를 하지 않는다. 코끼리에 올라탄 현지인은 쇠갈고리로 무자비하게 코끼리의 정수리를 찍어댔다. 매춘 관광이 당위를 얻을 수 없듯, 동물을 학대하는 여행이 ‘좋은 여행’이 될 수 없다. 관광은 유흥이 아니다. 책임이 뒤따른다. 종류는 다르지만, 북한 관광도 마찬가지다. 정부와 북한은 우리 국민에게 북한을 여행해야 하는 당위와 가치를 설명해줘야 한다. 관광 루트를 짜거나 관광 인프라 건설이 아니라 그것부터 하는 것이 순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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