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편소설 당선소감 - 오선호

기쁜 일이 생기면 이걸 마시자, 라고 정해두었던 코냑 한 병을 기억해냈다. 몇 년 동안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찬장 안 어두운 데 있던 병을 꺼냈다. 뚜껑을 열고 적당한 잔을 고르고 술을 따르는 동안 내내 속이 어수선하기만 했다.

한 모금 마셨다. 강렬하게 향기로웠다. 알고 있던 맛을 넘어서는 실감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숙여 호박색 투명한 액체를 들여다보았다. 이 순간의 감각 외에 다른 것들은 뒤로 다 물러났다. 내가 왜 지금 이것을 마시고 있는지조차도 말이다. 그러나 그 순간은 곧 지나갔고 나는 방금 전 받았던 전화 통화의 내용을 곱씹는 상태로 되돌아갔다. 막연히 짐작했던 기쁨은 팔짝팔짝 뛰고 싶고 웃음이 절로 나는 그런 상태에 가까웠는데. 당선 소식을 듣는 순간 마음은 평상시 상태가 아니게 되었다. 비슷한 경험이 떠오르지 않을 만큼 진폭 큰 감정이었다. 좋은 술의 향이 퍼져 들숨이 ‘달큰’했다. 항상 숨을 쉬지만 향기에 새삼 호흡을 의식하게 된다. 마음에 드는 문장을 만날 때면 내가 문장을 이해하거나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 매번 짜릿하게 기뻤다.

이만교 선생님, 글쓰기 공작소에서 선생님께 배우지 못했더라면 아직도 개굴개굴 개구리 소리만 내고 있었을 거예요. 제 글을 당선작으로 뽑아주신 심사위원님들, 김원우 선생님, 구효서 선생님께 가장 깊이 감사드립니다.


△1976년 서울 출생
△연세대 철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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