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정(오른쪽) 아동문학 평론가와 김남중 동화작가가 2019 문화일보 신춘문예 동화 부문 응모작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김서정(오른쪽) 아동문학 평론가와 김남중 동화작가가 2019 문화일보 신춘문예 동화 부문 응모작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 동화 심사평

올해의 심사는 특별히 인상적이었다. 작품 수는 예년과 별로 다르지 않았지만 내용은 사뭇 달라진 투고작들. 왕따, 다문화, 길고양이, 이런 유행도 보이지 않았고, 상당한 완성도를 갖춘 동화들이 많았다. 작가 지망생들의 저력이 전체적으로 상승한 것일까. 최종으로 올린 네 편의 작품들은 모두 당선작으로 손색없어서, 그중 하나를 가리는 일에 즐겁고도 안타까운 고민이 깊었다.

‘사과의 맛’은 인간이 모두 거대 시스템의 부품으로 살아가는 가운데 반기를 들고 사과를 키워낸 노인과, 사라진 노인의 뒤를 잇고자 사과 씨를 품은 채 떠나는 아이의 이야기를 다룬다. 묵직한 주제를 인상적인 배경과 사건 설정으로 잘 살려내고 있는데, 그 모든 요소들을 장악하면서 끌고 나가야 할 캐릭터가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것이 아쉬움이었다.

밤일 나가는 부모가 묶어 놓은 일곱 살 아이와 방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는 열세 살 아이의 만남을 다룬 ‘선 위의 아이들’도 깊은 인상을 주었다. 그로테스크할 정도로 병적인 상황과 인물인데도 그것을 비극으로 떨어뜨리지 않는 문장의 힘이 강력했다. 이 작가의 깊은 뱃심이 동화적인 호흡을 타고 올라온다면 남다른 세계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도 같다.

‘마지막 버킷 리스트’는 행성과의 충돌로 지구멸망이 다가온다는 설정이다. 사람들은 절망과 혼란 대신 버킷 리스트를 책임감 있게 수행하는 성숙한 여유를 보여준다. 이런 유쾌한 판타지라니! 그런데 아이들이 생애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일들이 이것일까?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이게 아이들이지! 무릎을 치게 만드는 일들이었더라면 싶다.

당선작은, 거의 퉁명스러울 정도로 한 단어만 툭 던진 ‘의자’로 정해졌다. 친구들을 못살게 굴던 말썽꾸러기가 반성 의자에 앉아 있다가 그만 의자로 변해버리고, 그런 식으로 변신한 다른 의자들을 만나게 된다. 할아버지 의자, 외계인 의자 등등. 입장 바꿔 생각하자는 고전적 주제, 그래서 반성하고 조금 착해진 인물, 상투적일 수도 있는 이야기를 발랄한 상상력과 상큼한 문장이 눈부시게 살려낸다. 통통 튀는 유머를 지그시 눌러주는 문체도 좋다. ‘동화란 이런 것이다’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 중 하나로 추천하고 싶어진다. 당선자에게 축하를 보낸다.

심사위원 김서정·김남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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