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가인 서영채 서울대 교수가 2019 문화일보 신춘문예 평론 응모작을 심사하고 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문학평론가인 서영채 서울대 교수가 2019 문화일보 신춘문예 평론 응모작을 심사하고 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 평론 심사평

김영삼 씨의 ‘‘아무’의 기억과 고통’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삶을 다룬 김숨의 일련의 소설들, ‘흐르는 편지’ ‘한 명’ ‘숭고함은 나를 들여다보는 거야’ ‘군인이 천사가 되기를 바란 적 있는가’ 등을 주된 대상으로 삼는다. 이 글은 단숨에 읽혔거니와, 김영삼 씨의 글에서 돋보인 것은 무엇보다도 글감과 나누는 깊이 있는 교감이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삶은 그 자체로 매우 뜨거운 미메시스의 대상이다. 식민성과 여성성 그리고 국가와 신체의 문제 등 보편적 담론의 초점들을 내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또한, 증언과 고발에 나선 피해자들이 제대로 된 사과와 배상을 받지 못한 채로 세상을 떠나고 있다는 점에서 시급하고 시의적인 현실의 문제이기도 하다. 김영삼 씨의 글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절실함과 아픔을 포착해낸 김숨의 소설들을 따라 읽는다. 작가로부터 주어진 글감을 별다른 비평적 안경 없이 따라 읽는다는 느낌으로 천천히 훑어간다. 글감으로 말하자면, 참혹한 삶과 여러 겹의 마이너리티가 지닌 문제들이 등장하고, 이들의 고통을 재현하는 언어의 문제와 장소 없는 존재라는 논점이 뒤이어진다. 가장 밑에서 작동하고 있는 것은 위안부 피해자들의 삶이 지닌 참혹함과 그들의 아픔에 대한 깊이 있는 공감이다. 좀 더 정확하게는, 작가의 공감에 대한 공감이라 해야 하겠다. 그 공감의 힘이 그의 글에 집중력을 만들어낸다.

김영삼 씨의 글을 당선작으로 선정하는 과정에서, 강정화 씨의 ‘좀비 코드 속에 담긴 민낯과 욕망: 경계에 선 벌거벗은 생명‘들’과 우리’와 김민교 씨의 ‘다시, 광장과 밀실에 대해서: 황정은과 백수린, 그리고 이명준’이 경합했다. 앞의 글은 문학과 영화 텍스트를 넘나들며 펼치는 논리가 활발했고, 뒤의 글은 한국문학을 오래 들여다본 흔적이 역력했다. 글의 수준으로 보자면 당선작과 겨룰 만했다.

숙고 끝에 김영삼 씨의 글을 당선작으로 삼았던 것은 무엇보다 글 자체의 집중력이 돋보였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좋은 글 많이 쓰시기 바란다. 17편의 응모작 모두 나름의 도야 과정을 거쳐 나온 흔적이 역력하여 한 편의 허수도 없었음을 덧붙여둔다.

심사위원 서영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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