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직원 결탁으로 정보 빼내
이직 약속받고 자료 넘기기도
“해외취업 제한, 기본권과 상충”
산업부, 적극적 대책 못 내놔
“핵심인력에 적절한 보상 줘야
산업보안 전문인력 양성 시급”
정부가 국내 핵심기술의 해외 불법 유출을 근절하기 위한 방안을 내놓은 배경에는 주력 산업 분야에서 중국 등으로의 기술 유출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판단 때문이다. 기업 역량을 총동원, 정부의 적극적 지원을 받으며 얻은 핵심기술이 약탈적 인수·합병(M&A)이나 불법 행위로 해외로 유출된 뒤, 해당 회사가 파산에 이른 사례도 적잖다. 하지만 이번 대책에서 핵심기술 보유 인력을 단속하는 방안이 빠져 다소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3일 정부와 산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이번 산업기술유출을 근절하기 위해 산업통상자원부, 특허청, 법무부 등에서 4대 분야, 20개 과제를 선정, 대응에 나섰다. 우리나라 기술보호 체계가 기술탈취형 M&A 시도에 취약하고, 유출 피해의 심각성에 비해 처벌이 관대하다는 지적에 따라 보완하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여전히 ‘취약점’은 남아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흔히 쓰이는 기술유출 방법에는 약탈적 M&A도 있지만 인력을 통해 기술을 빼가는 행위가 가장 큰 문제로 꼽히고 있다. 기업 내부직원과 결탁하거나 인가된 제3자 위탁업무를 빌미로 기업에 접근해 저장 매체(USB 메모리, 웹하드 등)를 통해 불법적으로 기술을 빼가거나, 기업의 핵심 인력을 높은 수준의 경제적 보상책으로 유인해 정보를 챙겨가는 방법 등이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에서 일해온 A 씨는 2017년 8월 퇴사하자마자 한 달 뒤에 중국 BOE의 협력업체인 COE에 취업했다. BOE는 LCD 시장에 이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을 따라잡기 위해 기술 확보에 혈안이 돼 있었고 OLED 전문가인 A 씨를 영입한 것이다. 수원지법은 BOE가 A 씨를 우회 취업시킨 것으로 판단, 이를 근거로 A 씨가 퇴사 후 2년간 경쟁사로 취업하지 않겠다고 한 서약을 어긴 것으로 보고 삼성디스플레이의 전직 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또 10년 연구에 수백억 원의 개발비가 투입된 국내 중견기업의 드럼세탁기 모터도 해당 회사의 중국 현지법인 연구소장이 중국업체로 고액 연봉 이직을 약속받고 핵심 기술자료와 설계도면을 빼돌리다 적발되기도 했다. 이 같은 문제들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으나 정부는 ‘기본권 침해’를 우려해 적극적인 근절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해당 인력에 대한 해외 취업제한 등은 헌법상 기본권과 상충돼 매우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장항배 중앙대 산업보안학과 교수는 “이번 대책은 수많은 논의 과정을 통해 얻어낸 소중한 결과물”이라고 평가하면서도 “기업에서 핵심기술을 개발하는 핵심인력에 대한 적정 수준 이상의 보상체계를 시급히 마련하고, 특히 기술유출 인력과 관련해서는 직업선택의 자유와 경업금지의 제한 사이를 신속히 조정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 개발이 요청된다”고 말했다. 또 “설계된 제도들을 산업과 기업 활동에 부합될 수 있도록 맞춤화된 보안과정을 진행할 수 있는 산업보안 전문 인력 양성과, 이들 인력의 현장 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정민·방승배·권도경 기자 bohe00@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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